"나 경찰 아저씨야 연락 줘" DM보낸 형사…"이게 수사냐" 공분
“○○아, 경찰 아저씨야. 연락줘."
술집에서 발생한 휴대전화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반말로 SNS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해 연락할 수 있는데도 사생활이 담긴 SNS를 통해 연락한 점, 연락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반말로 해당 여성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이 수사 요청 관련해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가 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작성자 여성 A씨는 지난 13일 자택 인근 술집에서 생일파티를 한 뒤, 16일 자신을 ‘경찰 아저씨’로 지칭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은행원인 A씨는 "지난 13일 동네 유명한 거리에서 내 생일파티가 있었다. 친구들과 새벽까지 놀다가 들어갔는데, 16일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고 운을 뗐다. 메시지에는 "○○아, 경찰 아저씨야. 연락줘"라는 글과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당황한 A씨가 “누구시냐. 무슨 메시지를 세 번이나?”라고 이유를 물었지만 상대방은 “경찰 아저씨야. 연락줘”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씨는 “계속 DM으로 이름 부르고 경찰이니 뭐니 해서 답장하다가 바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2시간여가 흐른 뒤. A씨는 이 남성이 자신의 번호라며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로부터 발신된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술집에서 발생한 휴대전화 도난 사건의 피의자라며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A씨는 “전화 받자마자 ‘특정 술집(가게이름) 갔었죠?’하면서 일행이 화장실 간 시간에 화장실에서 휴대폰 분실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더라”며 “그 시간에 화장실 들어가는 게 CCTV에 찍혀서 경찰서 출석해야 한다고 했다”고 적었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며 “(경찰이라는 사람이 말하길) ‘술 먹고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실수로 가져갔다면 다음날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하지 않겠냐’더라. 이미 내가 용의자가 되어있더라”며 “억울해서 ‘진짜 아니다’라고 하니 친구랑 잘 생각하고 상의해보고 다음 주에 경찰서 출석하라더라”고 했다.
A씨는 "카드번호 조회해서 얼마든지 내 번호 알아낼 수 있었던 건데 저렇게 메시지 보내는 게 맞는 거야?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 않냐"며 "생일이라서 게시물 실시간으로 올렸는데 (해당 경찰이) 실시간으로 보더라. 반말한 것도 너무 화가 난다. 기분 나쁘다"고 토로했다.
그는 용의자로 지목된 것도 억울한 상황인데, 경찰이 반말로 이름을 부르며 수사와 무관한 사생활이 담긴 인스타그램스토리까지 조회한 사실에 분개했다.
A씨는 "MZ세대 수사 방법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젊은 경찰 아니고 30대 후반~40대 같았다. 인스타그램은 술집 아르바이트생 중 나와 아는 애가 있는데, 걔한테서 넘겨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경찰 사칭이 아닌 실제 경찰로 A씨는 경찰서 민원실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소속 경찰서와 소속 부서까지 확인했다. 휴대폰 도난 사건이 접수된 것도 사실이었다.
사연을 접한 직장인들은 해당 경찰에 대해 민원을 접수하라고 조언했다. 누리꾼들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수사하고 반말까지 가지가지 한다", "SNS로 연락한다고 해도 본인 소속 먼저 밝히고 어떤 사유로 연락하게 됐는지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등 공분했다.
반면 경찰청 소속 직장인들은 수사 과정 중 SNS 메시지를 보내 접근한 것은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카드사 정보 조회해서 개인정보 알아내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그건 영장이 필요하고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돼야 발부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그래서 다른 임의 수사 방법인 SNS 메시지를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신분과 연락 목적을 알리지 않고 다짜고짜 반말로 이름 부르며 접근한 방식은 잘못된 게 맞다"고 인정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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