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이 여성운동이어야 하는 이유

최정민 2023. 5. 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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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영숙 선생님의 삶과 평화운동

‘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어’했던 故 박영숙 선생은 1963년부터 2013년까지 약 50여 년간 여성 평화 환경 활동가로 살았다. 1960년대 기독교운동에서 80년대 여성인권, 90년대 환경운동으로, GO와 NGO의 경계를 넘어 여성운동과 평화운동, 환경운동과 국제운동, 재단 설립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과제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활동의 영역을 넓혀갔다. ‘살림’은 박영숙의 평생의 과업이 담긴 말로, 정치를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운동, 지구를 살리는 운동은 서로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여성조직을 만들었고, 정부조직에 목소리를 내었다. 박영숙은 현장에서 실천하는 여성활동가들의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2023년 故 박영숙 선생의 10주기를 맞이해 성평등과 생명, 평화, 살림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쳔했던 박영숙 선생의 삶과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기자말>

[최정민]

2022년 새해 벽두부터 들려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은 과연 내가 2022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나하는 기시감을 주었다. 아직까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식량 및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재앙이 되었다.

평화운동 단체로서 전쟁없는세상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전 세계가 '때는 이때다' 하면서 군사 예산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4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2년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2021년 대비 3.7% 증가한 2조 2400억 달러(약 2980조 원)였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유럽(13%)을 비롯하여 아시아·오세아니아, 미주, 중동 지역에서 군사비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월 23일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의 군사비 지출 역시도 10년 만에 한 계단 올라 사상 처음 세계 9위를 기록했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난달 17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방산업체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K-방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힘에 의한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한술 더 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변화가 한국 같은 신흥 무기 수출국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방산시장 관련 보고서에서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는 최소 2만1300여 명에 달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 사상자도 10만여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쟁 때문에 발생한 난민은 거의 800만 명에 이르며 그 중 9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다. 저들은 저들이 내뱉는 말들의 무게를 알까.

'박영숙 살림이상' 시상식에서 나는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이 여성운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으로 수상소감을 시작하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최근 발간된 베리 리어든 선생의 책 제목을 빌리자면 일상의 성차별주의가 전쟁을 불러온다고 본다.

전쟁과 사회적 폭력의 젠더화된 결과뿐 아니라 젠더화된 원인에 주목해 본다면 우리는 성차별주의가 개인, 사회, 국가의 공적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종내는 전쟁을 가능케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사주의를 페미니트들, 페미니스트의 관점, 페미니즘적 분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체할 수 없다. 평화운동이 여성운동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전쟁으로 가는 일상의 폭력은 다양하다. 위에 설명한 국방비뿐만 아니다. 무기거래는 어떨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유럽 나라들의 무기가 이전되어 치러지는 전쟁이다. 현대 전쟁에서 무기거래/이전 없이 자국의 무기로만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윤석열 정부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이전을 해줘서 생긴 공백을 한국 무기의 수출 기회로 삼았다. 우회적인 무기 지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군대는 또 어떤가. 기이하게 거대한 사이즈와 체계로 징병 대상자 남성뿐 아니라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한국의 군대는 군가산점제 등 다양한 직, 간접적 젠더화된 사회문제를 만들었다.

우리는 박영숙 선생님처럼 앞선 활동가들의 노력에 빚진 것이 많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많은 제도, 문화, 생각들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고 꿈꾸기조차도 어려운 것이었다. 70대 중후반의 우리 엄마는 종종 나한테 당시에는 여자로 태어나면 어쩔 수 없이 억울하게 살았다고 하신다. 그러니 선생님의 삶도 참 녹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멋지게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본을 보여주셨으니 나도 더 열심히, 행복하게 활동해야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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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는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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