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비대면진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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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맞춰 당정이 만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은 기존 의료계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상담하고 약을 처방한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전통 의료시장의 붕괴, 약의 오남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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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맞춰 당정이 만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은 기존 의료계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상담하고 약을 처방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한시 허용됐다. 지난 4월 말까지 3년여 간 1419만 명 대상으로 3786만 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단순 계산해도 국민 4명 중 1명이 이를 경험했다.
지금까지의 평가를 보면 닥터나우, 굿닥 등 비대면 진료플랫폼은 급성장했고 이 시장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 있음을 확인했다. 당초 재진만 허용한다는 논의가 나오자 플랫폼업계가 ‘줄도산’을 우려하고 닥터나우 공동창업자가 용산 대통령실에 손편지까지 보낸 것이 단적인 예다. 국민(보건산업진흥원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2년 9월, 1707명)은 62.3%가 비대면 진료를 만족했고 87.9%는 향후 활용 의향이 있었다. 반면 병의원과 의사, 약사들은 줄곧 반대해왔다. 엔데믹에 가까워서는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전통 의료시장의 붕괴, 약의 오남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정 협의안은 산간벽지, 거동불편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서만 지금처럼 초진이 허용되고 약 배송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재진도 극히 일부 환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의사와 약사들로서는 한숨을 돌린 것. 플랫폼업계는 완패지만 불법이 아닌 제도의 틀 안으로 들어왔다는 게 소득이다. 또한 제한적 허용이 그나마 숨통을 트여줬고 최종안 마련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를 계속 바라던 국민의 의견은 배제됐다.
비대면진료는 원격의료를 애둘러서, 순화한 용어다. 원격의료는 병원에 가지 않고 유무선,화상 등으로 진료하는 방식이다. 원격의료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지만 지금까지 ‘의료영리화’의 프레임이 갇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지방 및 군소병원, 약국 등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다. ‘비대면’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당정협의안을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까지 우려된다. 최근 1, 2호 허가가 나온 디지털 치료기기(DTx·디지털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태동하고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앞단의 허가까지의 규제 과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 도입을 위해 필요한 원격의료와 관련한 규제는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문진, 검사, 진단, 처방 등이 원격으로 진행될 때 DTx가 날개를 달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서는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허가와 관련한 규제만 세계 최고 수준일 게 아니라 상용화를 위한 규제 역시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원격의료 없이 ‘K-바이오’, ‘K-디지털헬스케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대선후보 시절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초보적인 비대면 진료조차 건강보험이나 여러 의료제도와 맞물려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합의가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중재를 하거나 안을 내놓지 않고 ‘합의해와라’ 이런 현실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첨단기술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년 전과 지금의 ‘현실’이 나아진 것은 없다. 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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