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던지고 때리고…이스라엘 ‘극우 투톱’이 선동한 예루살렘 깃발행진

이유정 2023. 5. 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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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에서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다마스쿠스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8일(현지시간) 3차 중동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동예루살렘 내 아랍인 지역을 습격하며 충돌이 일어났다고 아랍뉴스·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수만 명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행진하는 ‘깃발 행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무슬림 구역의 관문인 ‘다마스쿠스 게이트’로 진입했고,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지역을 휩쓸고 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위대는 “아랍인에게 죽음을”, “너의 마을이 불 타오르길” 등 이들이 반(反)아랍, 인종 차별적 구호와 노래를 부르거나, 잠겨진 문을 두드리고 셔터를 흔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공포에 질린 팔레스타인인들은 집과 상점을 걸어 잠그고 내부에 머물렀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올드시티 안에는 약 2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의 과격 행동에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이 항의하자, 흥분한 시위대가 집단 구타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이 개입해 폭력에 가담한 이들을 연행해갔다고 BBC는 전했다. 매체는 “일부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근처에 서 있던 팔레스타인인들과 히잡을 쓴 외신기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돌과 물병, 막대기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민족주의자들이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다마스쿠스 문 옆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깃발 행진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연립 정부의 ‘극우 투톱’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독려하며 다마스쿠스 게이트로 진입했다. 이타마르 장관은 “예루살렘은 영원히 우리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BBC에 “이번 행진에 벤그비르가 분쟁의 씨앗을 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유대인 우월주의·극우 민족주의 정당을 각각 이끌고 있는 벤그비르 장관과 스모트리히 장관은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각료로 꼽힌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과거 의회에서 아랍계 동료들을 향해 “당신들을 진작에 쫓아냈어야 했다”고 발언했다가 동료 의원들로부터 “정치적 오물”이란 비판을 들은 적도 있다.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깃발 행진'에 극우 성향 베살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지지자들과 함께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1967년 6월 5일~6월 10일)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요르단이 장악하고 있던 동예루살렘을 빼앗아 서예루살렘과 통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점령지로 간주한다. 히브리력으로 8번째 달 28일을 기념하는데, 양력으로 치면 매년 4~5월에 해당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긴장이 고조되곤 한다. 경찰은 이날 유혈 사태에 대비해 수일 전부터 예루살렘 전역에 3200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다만 올해는 2021년처럼 이스라엘군·이슬람 무장세력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그해 예루살렘의 날엔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로켓을 발사, 양측에 11일 동안 교전이 벌어졌다. 올해는 이달 초부터 양측이 1000발 넘는 로켓을 주고 받는 등 이미 싸움이 벌어진 상태였는데, 지난 13일부로 임시 휴전 기간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혹시 모를 로켓 공격에 대비해 이 기간 이스라엘 남·북 접경 지대에 아이언돔 포대를 가동시켰다고 중동 매체 알 모니터가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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