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도 습관, 잘하고 욕먹어서 더 안타까운 강백호
[이준목 기자]
▲ 강백호 안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4회초 2사 kt 강백호가 안타를 쳐내고 있다. |
ⓒ 연합뉴스 |
강백호(KT 위즈)는 정말 문제아인 걸까. 야구천재로 주목받던 강백호가 또다시 안이한 플레이로 도마에 오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 출전했던 강백호는 경기 중반 치명적인 본헤드플레이를 저지르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KT가 3-2로 앞서가던 5회말 LG의 공격에서 선두타자 박해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무사 1루 상황. 김현수가 KT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다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발이 빠른 1루주자 박해민은 2루를 돌아 3루로 향했다.
그런데 김현수의 안타 타구를 잡은 우익수 강백호는 주자의 진루를 막기 위하여 내야로 빠르게 전달하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돌연 2루수 장준원에게 높고 느리게 공을 보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루주자가 홈까지 직행하기는 무리인 타구였기에, 강백호도 주자가 3루에서 멈출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듯 보였다.
하지만 주자는 발이 빠르고 주루센스가 탁월한 박해민이었다. 강백호의 안이한 송구 때문에 잠깐 발생한 수비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박해민은 3루를 돌아 그대로 홈까지 질주했다. 장준원이 강백호의 아리랑 토스를 이어받아 다시 홈으로 송구하려고 했을 때는 벌써 타이밍이 늦은 뒤였다. 박해민은 홈플레이트를 밟으면서 경기는 3-3 동점이 됐다.
강백호를 비롯한 KT 선수들은 모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타로 1루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이게 된 진기명기에 방송중계진도 "야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백호와 박해민, 두 선수의 '집중력 차이'가 불러온 대형사고였다.
설상가상 상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허무하게 동점을 헌납한 고영표는 이후 급격히 흔들리며 1사 만루 위기에서 박동원에게 2타점 싹쓸이 역전 3루타까지 내줬다. LG는 5회말 공격에서만 6득점으로 빅이닝을 달성하며 승기를 잡았다. KT는 LG에 5-9로 패배하며 이틀 연속 역전패를 당했고, 10승 2무 24패로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강백호의 안이한 플레이 하나가 불러온 엄청난 '나비효과'였다.
경기 후 강백호는 팬들과 언론의 엄청난 비판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고 있다. 가뜩이나 KT가 최하위로 추락하며 힘든 상황에서 중심선수로서 더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도 모자랄 시점에 어이없는 본헤드플레이로 팀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말았다.
더구나 강백호를 향한 여론이 더 악화된 것은 이런 플레이를 보여준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강백호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덕아웃에서 맥빠진 표정으로 껌을 불량하게 씹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당시 해설위원이었던 대선배 박찬호가 강백호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도마에 올랐고, 야구대표팀이 결국 노메달에 그치며 야구팬들로부터 더욱 거센 질타를 받았다.
또한 지난 3월에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가장 중요했던 호주와의 1차전에서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2루에서 떨어지며 태그 아웃을 당하며 초유의 '세리머니사'라는 황당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억울한 면이 있던 껌 논란과 달리, 호주전 세리머니사와 LG전 아리랑 송구는 정말로 '기본을 망각한' 본인의 과실에서 비롯되었기에 비판받을 만했다.
그리고 이처럼 반복되는 안이한 플레이들은, 한때 이정후(키움)와 함께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어나갈 '천재 타자'로 각광을 받았던 강백호의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진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안타까운 것은, 정작 실제의 강백호가 야구를 못하거나 불성실한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도쿄올림픽 '껌 논란'은 대표팀의 성적 부진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강백호가 화풀이의 표적이 되어버린 측면이 있었다. 야구와 관계없는 상황에서 덕아웃에 앉아있던 선수의 특정한 순간만 콕 짚어 문제삼아, 방송에서 한순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버린 박찬호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강백호는 호주전 세리머니사로 도마에 오른 WBC에서는 14타수 7안타, 타율 .500을 달성하며 대표팀 타자들 중 가장 뛰어난 타격감을 보여줬다. 세리머니사도 결과는 나빴지만 팀의 사기를 북돋기 위하여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다가 나온 실수였다. 지난 LG전에서도 강백호는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타석에서는 맹활약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수비나 주루에서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를 보여준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활약과 노력들은 중요한 경기에서 팀의 패배와 본인의 치명적인 본헤드 플레이에 안타깝게 묻혀버렸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실수라도 강백호는 하필 하나하나의 실수가 대중적으로 부각된 '임팩트'가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만큼 강백호가 대중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스타 선수이기에 감당해야 할 책임감이다. 그리고 이는 강백호에게 '재능은 뛰어나지만 불성실하고 안이한 선수'라는 프레임으로 각인되어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가 두고두고 굳어질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프로가 열심히 잘하려다가 저지른 실수는 이해받을 수 있지만, 기본을 망각한 실수는 용서받기 어렵다. 강백호가 논란이 되었던 장면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면 야구를 못해서도, 불성실해서도 아닌, '방심'의 문제에 가까웠다. 한 번은 실수지만 같은 장면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진정한 스타플레이어라면 야구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이미지가 팬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본헤드플레이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까지 폄하당하는 강백호의 이미지 추락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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