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정의선이 되살린 정주영의 '포니'…반세기만에 '쿠페'로 컴백
'포니' 국내 첫 독자생산 모델
자동차 산업에 특별한 의미
"정주영·정세영·정몽구 회장과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
고객 반응 따라 양산 가능성도 열어둬
현대차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18일(현지시간) 처음 공개했다. 반세기 전인 1974년 포니 쿠페가 첫선을 보였던 이탈리아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서다.
포니는 현대차는 물론 우리나라 첫 독자 생산 모델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포니 쿠페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으나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과거 30대 시절 포니를 디자인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80대가 돼 지난해 11월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정주영 선대회장은 ‘완벽히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이탈리아, 한국을 비롯해 포니의 성공에 역할을 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과거를 되짚는 건 자신감이 깔려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고유 독자 모델을 개발해 자동차를 국가 중추 수출산업으로 키우고자 했던 정주영 회장의 수출보국 정신,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했던 당시 임직원의 열정을 짚어보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와 관련 "정주영 선대회장, 정세영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며 "다 같이 노력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같이 공유하고 우리가 더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니는 국산 자동차의 효시로 꼽히지만 현대가(家) 내부에선 미묘한 위상을 갖는다. 해외 자동차 업체와의 기술제휴 등 회사 설립 초창기 밑바탕을 다진 건 정주영 회장의 동생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이다. 정세영 회장의 애칭이 포니정이었고 이 별명을 그대로 따온 재단도 있다.
현대그룹의 자동차 사업은 1999년 정세영 회장이 지분을 넘기면서 정몽구 회장이 맡게 된다. 그때 정몽구 회장은 현대정공 대표를 맡고 있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갤로퍼를 만든 곳이 바로 현대정공이다. 말하자면 현대차 세단의 뿌리는 포니다. 반면 SUV의 시조는 갤로퍼다. 또 포니는 정세영 명예회장, 갤로퍼는 정몽구 회장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 정의선 회장의 발언은 이런 현대차의 지난 역사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평가다.
이번에 복원된 포니 쿠페는 쐐기 모양의 노즈, 원형 헤드램프, 과감한 선으로 공개 당시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대시보드 역시 당시로선 독특한 구조였다. 토리노모터쇼 공개 이후 수출 전략차종으로 양산 직전까지 개발했으나 1979년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경영환경 악화로 실제 양산하지 못했다. 이후 홍수로 도면과 차량이 유실되기도 했다.
다만 당시의 경험은 수소차·전기차 등 새로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자산이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날 같이 전시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차 N비전74의 디자인도 포니 쿠페를 계승한 것이다. 현대차의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는 포니에서 크고 작은 영감을 얻었다. 포니 쿠페 양산 가능성은 열어놨다. 정의선 회장은 "디자이너께선 꼭 양산했으면 하시지만 따져봐야 할 게 많다"며 "당연히 많은 고객이 좋아한다면 양산 못 할 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클래식카·콘셉트카 전시회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에 N비전74를 출품하기로 했다. 이번에 처음 연 현대 리유니온 행사는 글로벌 헤리티지 프로젝트나 주요 행사에 맞춰 회사의 과거 유산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 플랫폼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동화 전환 시대에 과거로부터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살피는 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현대차의 다양한 과거 유산이 미래 혁신과 융합할 때 유서 깊은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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