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순위 신화' 안권수, 정말 올해가 마지막?

양형석 2023. 5.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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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8일 한화전 멀티히트 포함 2득점 맹활약, 롯데 위닝 시리즈

[양형석 기자]

 롯데 안권수
ⓒ 롯데자이언츠
 
롯데가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한화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7-3으로 승리했다. 전날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던 롯데는 하루 만에 설욕에 성공하며 이날 비로 경기가 열리지 못한 선두 SSG 랜더스를 1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1승 12패).

롯데는 선발 한현희가 6이닝 1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고 4명의 투수가 남은 3이닝을 이어 던지며 승리를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1회 선두타자 홈런을 터트린 루키 김민석이 결승타를 포함해 3안타 2득점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김민석과 함께 테이블 세터로 나선 이 선수의 활약도 눈부셨다. 어쩌면 KBO리그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재일교포 선수 안권수가 그 주인공이다.

지명순위 극복한 하위라운드의 성공사례들

매년 고교 또는 대학야구를 평정한 특급 유망주들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번에 지명을 받고 많은 계약금을 받으며 프로무대에 뛰어들지만 높은 지명순위가 언제나 프로에서의 좋은 활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낮은 순번에 지명을 받으면서 입단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들 중에서도 뜻밖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프로무대에서 스타로 성장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KBO리그에서 하위라운드 지명의 대표적인 성공 신화는 현역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의 포수를 향해 가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 양의지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2010년 신인왕과 두 번의 한국시리즈 MVP, 8번의 골든글러브(포수 7회, 지명타자 1회)를 차지하며 최고의 포수로 성장했다. 두 번의 FA계약을 통해 벌어들인 돈만 무려 277억 원에 달할 정도.

'디펜딩 챔피언' SSG를 이끄는 '캡틴' 한유섬 역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85순위 출신으로 입단 당시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선수였다. 하지만 루키 시즌부터 거포로서의 잠재력을 인정 받은 한유섬은 2017년 29홈런을 기록하며 SK의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년에는 41홈런115타점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인천야구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022년 13세이브 27홀드에 이어 올해도 5세이브 1홀드를 기록하며 키움 히어로즈 불펜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김재웅 역시 프로 입단 당시에는 크게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7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김재웅은 프로 입단 4년 차가 되던 2020년에 1군에 데뷔해 꾸준한 성장을 보인 끝에 2022년 시즌 비로소 키움의 핵심 불펜투수로 자리 잡았다.

양쪽 코너 외야를 오가며 LG트윈스 외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는 문성주 역시 하위라운드 지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강릉영동대 출신으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97순위로 간신히 프로에 입단한 문성주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22년 3할타율을 기록하고도 규정타석을 아쉽게 채우지 못한 문성주는 올해도 35경기에서 타율 .331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3할타자 안권수, 올해가 마지막 시즌?
 
▲ 귀루하는 안권수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3회초 무사 1루에서 2번 김민석의 우익수 플라이 때 1루주자 안권수가 2루로 나아갔다가 귀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안권수는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고교야구 전국대회 고시엔에 출전했던 선수다. 와세다 실업학교 2학년 시절 고시엔 대회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하며 팀의 4강 진출에 기여했던 안권수는 고교 졸업 후 독립리그와 사회인 야구팀에서 활약하다가 2020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해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2차 지명 전체 100명 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순번의 지명이었다.

안권수는 입단하자마자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능력으로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 잡았지만 당시 두산의 외야에는 김재환과 박건우, 정수빈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주전 선수들이 있었다. 결국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한 안권수는 2020년 68경기, 2021년 87경기에 출전하며 1군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혔고 2022년 시즌에는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297 71안타 43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안권수는 2022년 시즌이 끝나고 두산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대한민국 병역법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안권수가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간은 2023년까지였고 두산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안권수를 일찌감치 놓아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안권수는 아직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마침 외야보강을 노린 롯데에서 안권수를 1년 짜리 '시한부'로 영입하면서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롯데의 안권수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롯데의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한 안권수는 올해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11 2홈런 12타점 15득점 7도루로 기대 이상의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안권수는 18일 한화전에서도 멀티히트와 함께 2득점을 기록하며 테이블 세터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특히 8회에는 무사 1, 2루에서 정확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올리는 연결고리 역할까지 해냈다.

안권수가 내년에도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올 시즌이 끝나고 입대하거나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거는 방법 밖에 없다. 일본에 아내와 자녀가 있는 안권수가 입대를 선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표팀 선발 뿐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안권수는 내년에도 고국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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