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FRS17 '실적 혼란'…보험사는 바뀐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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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 IFRS17을 도입한 이후 보험사가 첫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업계 1위 보험사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연결 기준 7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새 회계 기준에선 보험계약의 미래 수익을 가정할 때 자율성을 부여한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바뀐 것은 없다"라며 "회계적 기준이 바뀌면서 새로 산출된 수치들이 급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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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 IFRS17을 도입한 이후 보험사가 첫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업황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대형사부터 중형사까지 실적이 지나치게 큰 폭으로 개선되거나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업계 1위 보험사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연결 기준 7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5.7% 증가한 것이다. 대형 생보사 교보생명도 순이익이 51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9.4% 급증했다. 중소형 생보사인 NH농협생명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430억원에서 1146억원으로 2.7배가량 불었다. 반면 삼성, 교보와 함께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11.8% 감소한 4225억원을 기록했다. 생보사들이 장기 보험 위주의 안정적인 사업을 펼치며 실적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순이익 규모가 극적으로 바뀐 것은 IFRS17 때문이다. 새 회계 기준에선 보험계약의 미래 수익을 가정할 때 자율성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얻을 이익을 평가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의 경우, 보험 계약 시점에는 부채로 인식한 뒤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편입한다. 이때 어느 비율로 인식할지 보험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바뀐 것은 없다"라며 "회계적 기준이 바뀌면서 새로 산출된 수치들이 급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이 바뀌면 당연히 시행착오가 따른다. 시간이 지나면 제도는 안착할 것이다. 문제는 이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주요 대형 보험사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착시효과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은 보험사의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다. 다른 보험사들과는 물론 같은 보험사의 과거 실적과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증권가 연구원들도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다.
보험사들이 자율성을 '악용'할 우려도 있다. CSM에 유리한 상품만 팔려는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지는 줄어들 수 있다. 이미 무해지보험 해지율,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입맛'에 맞게 가정하면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서둘러 회계적 가정의 세부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IFRS17의 대원칙인 자율성과 시장 경쟁을 해치는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다. 감독 당국의 당연한 의무다. 오히려 혼란이 더 커지지 않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 경쟁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이다. 꿀벌들의 이기심과 욕망이 사회를 진보하게 한다는 버나드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에서도 꿀벌들이 이기심과 욕망을 추구하는 선에서 '바람직하게' 열심히 일한다고 가정하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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