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춘배들에게 파이팅"

유병천 2023. 5. 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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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김양미 작가

[유병천 기자]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는 202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분에 당선된 김양미 작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대안학교 교사인 주인공이 자신의 ADHD를 마주하는 이야기인 '비정상에 관하여', 건달들이 차로 고양이를 치어 죽인 후 고양이의 장례를 치르는 이야기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와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내 애인 이춘배', 꿈을 이루어야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소재의 '샤넬 N0.5', 위기에 처한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소설 같은 연출을 하는 '소설 속 인물', 가정 폭력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 '케잌 상자', 불행을 불행으로 위로 받는 '방어 대가리' 이렇게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지인에게 출간 소식을 듣고 2023년 5월 17일 저녁 홍은동의 작은 카페에서 김양미 작가를 만났습니다. 고 이외수 선생의 제자라는 소리에 이야기 나누고 싶어 약속을 잡았습니다.
 
 김양미 작가
ⓒ 유병천
 
- 소설을 읽으면서 신인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이끄는 힘이 강했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뭔가 사회에서 소외된 것 같은 주인공들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나였는지도 모른다'고 했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썼나요?
"'비정상에 관하여'에 나오는 대안학교 교사가 저와 많이 닮았어요. 제가 그 일을 하며 겪었던 경험이나 살아오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글 속에 녹여낸 거 같아요. 그리고 치매에 걸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쓴 '샤넬NO5'도 어느 정도는 제 얘기일 거예요. 저희 엄마도 치매로 돌아가셨거든요. 돌아가실 때까지 요양병원에 모시지 않고 집에서 간병을 했어요. 저희 엄마가 그 향수를 제일 좋아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소설이라고는 해도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것을 글로 써낸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저의 성향과 비슷한 인물들이 소설에 하나씩은 나와요.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이, 아웃사이더나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건 어쩌면 저 역시 그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저도 소설을 쓰는데, 작품 합평을 할 때 기시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당황스러워요. 열심히 상상해서 설정한 배경이나 이야기가 누군가가 썼던 이야기였고 비슷한 작품을 추천받기도 했죠. 혹시 김양미 작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요?
"제가 읽은 책이나 보아왔던 영화중에 어떤 부분에서는 비슷한 주제나 이야기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저도 다른 작가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가끔 그런 것을 느끼니까요. 지금 제가 잡지사 일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중국의 '닝보'라는 곳을 여행 다녀온 대학생들의 후기를 읽게 됐거든요. 그런데 겹치는 이야기가 제법 많았어요. 같은 곳을 다녀왔으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보면 우리도 지구라는 별에 다 같이 여행 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 글의 소재나 영화에도 더는 새로운 것은 없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에도 나만의 새로운 주제를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 문학세상
 
- 끊임없는 노력만이 필요할 뿐이군요. 어디선가 봤던 느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김양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외수 선생님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절박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그런 모습이요.
"저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웃기는 게 좋았어요. 내가 한 말에 친구들이 깔깔 웃는 걸 보면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소설도 너무 무거운 것보다는 웃음코드가 있는 게 좋았어요. 이외수 선생님 소설도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제 글을 읽으면서 이외수 선생님을 추억할 수 있었다는 말씀은 굉장히 영광입니다.

감히, 아직은 흉내낼 수 없는 경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인생이 무겁잖아요. 슬프고 힘든 일도 많고, 우울하게 생각하면 계속 그쪽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살면서 힘들었을 때 누군가가 쓴 재밌는 글을 읽고 힘을 냈듯, 제 글을 읽는 누군가도 그렇게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 <종의 기원> 등 전문지식을 접목해서 쓴 소설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힌 것 같아요. 김양미 작가의 소설에서는 ADHD 관련 이야기가 두 편이나 등장하던데, 혹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다른 친구들이랑은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다행히 친구들은 저의 엉뚱한 모습을 재밌어했지만 일반적이진 않았던 거죠. 대학 다닐 때, 가출해서 절에서 1년 가까이 지내기도 했어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었고 수업 시간에 앉아 있어도 선생님 얘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사회적으로 ADHD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혹시 나도?'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되짚어보니 제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왔던 문제들이 ADHD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때부터 책도 찾아 읽어봤죠. 그러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 일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ADHD를 가진 사람은 뭐랄까, 자신의 어려움을 딱히 배려 받지 못해요. 엄밀히 보면 이건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성격이 나쁘거나 이기적이라서 그런 게 아닌데도 어려서부터 오해를 받거든요. 산만하다, 성격이 나쁘다, 부모 힘들게 한다, 유별나다 등등.

그러다보니 어른이 되어도 자존감이 낮아 사회 생활에 여러 어려움이 생기게 되거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자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게 해줬듯, 저 역시 ADHD를 가진 친구들의 어려움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에 그런 글을 쓰게 된 듯해요."
 
 김양미 작가
ⓒ 유병천
- <비정상에 관하여>로 경인일보에 당선되었는데요. 이번에 엮은 소설집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소설은 '내 애인 이춘배'에요. 이 역시 ADHD를 가진 청년의 이야기인데 이 소설을 이틀 정도 만에 다 썼어요. 뭔가,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를 받아 적고 있는 느낌이랄까. 다 써놓고 보니, 춘배라는 인물이 꼭 저의 아들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춘배가 조금은 모자라고 미숙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같은, 그리고 어딘가에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을 춘배들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었습니다.(웃음)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케잌 상자'였어요.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시작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  이외수 선생님이 제자에게 이야기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 달에 한 번, 강원도 홍천에 있는 모월당으로 수업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1년에 한 번, 이외수 작가님은 지원자들의 글을 받아 문하생들을 뽑으셨어요. 처음엔 유명한 작가를 직접 뵐 수 있다는 기대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글을 써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둘 키우다 보니 4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달에 한 번,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그곳 수업에 가면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세요. 다음 수업 전까지 <감성문학교실>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과제를 해서 올려야 해요. 어쩔 땐 '눈'에 관련된, 연상되는 단어를 모두 찾아와라. 또는, 자신을 그릇에 비유해서 글을 만들어와라. 이런 과제였어요. 열심히 했죠. 일단 선생님에게 저란 사람이 있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새벽에 휴대폰 알림이 울려 봤더니 선생님이 제가 한 과제 밑에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김양미 씨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걸 읽는 순간 마법의 주문처럼,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문하생들에게 선생님은 늘,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라고 하셨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선생님의 그 말씀을 자주 떠올리곤 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출간소감과 독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제 이름으로 책이 나왔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잘 안나요. 좀 더 열심히 쓸 걸, 후회도 되고요. 예전에 본 독립영화인데, 젊은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나누는 대화중에 그런 말이 나와요.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다!' 사실, 제가 그랬거든요. 글을 쓰겠다고 들어앉아 있는 동안 진심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이렇게 힘들지 않고도 좋은 글을 써내고 싶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내 능력 밖에 것을 바라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열심히 해보자. 그렇게 하나씩 조금씩 써나가다 보니 이렇게 책까지 나오게 된 거 같아요.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저희 외수 선생님 말처럼 '존버' 하다 보면, 또 어느 날은 두 번째 책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점프를 뛰진 못하지만 멈춰 서 있지 않는 작가로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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