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김재원, 정치인생 또 위기…무소속 출마설 '솔솔'

금보령 2023. 5. 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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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 결집 노린 김재원의 설화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로 내년 공천 불가능
정치권 "내년 총선 불출마하면 정치 재기 어려워"

‘꾀돌이’, ‘전략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별명이다. ‘공천 학살’ 등 여러 차례의 정치적 위기를 딛고 화려하게 재기하면서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극우’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으며 또 다시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그는 이번 징계에 대한 재심 청구나 가처분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겠다”고 발언해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0일 김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의 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내년 총선 무소속 출마로 재기하나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해 주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에는 “스스로를 추스르며 여러 가지 준비와 모색의 시간을 갖고 있을 뿐”이라며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 처분에 대해 재심청구나 가처분소송은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마련한 ‘국민이 묻는다. 김재원은 답하라’ 토크쇼에 참석한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최고위원 측근은 “주변 지인들 만나는 정도”라며 “당분간 어떤 계획이 있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치권에서 김 최고위원이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21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이미 4년간 원외에서 머문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할 경우 정치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지 못하면 김 최고위원의 정치 인생은 끝이라고 본다"며 "이미 4년 동안 원외에 있었는데 또 4년을 원외로 보내면 찾아주는 사람도 없어지고, 2028년이면 나이도 60대 중반을 넘겨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총선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못한 경우 무소속 출마로 당선돼 복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도 김 최고위원의 무소속 출마에 힘을 싣는다. 일례로 제20대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유승민·주호영 의원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돼 새누리당으로 돌아갔고, 제21대 총선에서도 권성동·윤상현 의원 등이 탈당한 뒤 당선돼 복당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최고위원이)지금은 입을 닫고 버티다 올해 연말 정도에 총선 공천 이야기가 나올 때, 김 최고위원의 지지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요구할 수 있다”며 “민심을 받들어 정든 국민의힘을 떠나 살아서 돌아온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굴곡진 정치 인생…'오뚝이 김재원'

다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있다. 검찰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군위·의성·청송 지역을 기반으로 승리하며 여의도에 입성한 이후 여러차례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한번도 탈당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2007년에는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친박계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의 ‘공천 학살’ 대상이 됐다. 당시 친박계는 대부분 탈당해 '친박연대'라는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결과에 승복, 중국으로 건너가 북경대학교 국제대학원 연구학자 등을 지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김 최고위원은 같은 지역구에서 다시 한 번 당선되며 여의도로 돌아왔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간사 등 당내 요직을 맡았던 그는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특별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2016년 제20대 총선에선 선거구 개편으로 인해 그의 지역구가 상주시와 합구가 됐고,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며 정치 인생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에 임명되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이듬해 상주·군위·의성·청송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고, 2019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 최고위원의 위기와 부활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갑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당내 경선에서 밀렸다. 대신 2021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뽑혔고, 지난 3·8 전당대회에서는 득표율 17.55%를 기록하며 수석최고위원이 됐다. 김 최고위원 측근은 "여러 번 공천 때 배제 당했어도 한 번도 당에 불복하거나 탈당한 적이 없다"며 "원래 그런 인물이라 그 기조는 계속 갖고 갈 것 같다"고 말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등 극우 발언, 지지층 결집 노렸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로 입성한 직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고, 김 최고위원은 사과했다. 하지만 2주 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 보수단체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하면서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제주 4·3사건 관련해서도 “격 낮은 기념일”이라고 폄훼하면서 결국 당 윤리위의 징계로 이어졌다.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이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극우 발언을 결집시키는 메시지를 통해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 목사와 김 최고위원은 모두 경북 의성 출신으로 고향 선후배 사이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전이던전 목사가 주관하는 ‘3·1절 국민대회’ 단상에 올랐다. 당시 전 목사는 김 최고위원을 “우리의 희망”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도 “제가 최고위원이 되면 존경하는 우리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 잡고 우리 국민의힘이 함께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나 미국에서 극우 발언을 한 것은 결국 ‘강경 보수’의 표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며 “대구·경북(TK)에 가면 그게 맞는 말이다. 정서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또한 “김 최고위원의 지지 기반을 보면 극우 쪽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성향 덕분에 최고위원이 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색깔을 지키는 것”이라고 평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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