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목재 갉아먹어”…흰개미 강남 출몰, 심각한 이유

권남영 2023. 5. 19.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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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가 마른 나무까지 갉아 먹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만 보면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면서 "사실이라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18일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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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위한 날개, 군집 안정화 의미…이미 국내 들어온지 한참 됐단 얘기”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에 출몰한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가 마른 나무까지 갉아 먹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만 보면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면서 “사실이라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18일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문제의 흰개미 출몰은 전날 디시인사이드 곤충갤을 통해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거주한다는 네티즌 A씨가 “창문을 열고 자고 일어났더니 집에 알 수 없는 곤충이 수십 마리 나타났다”며 날개가 달린 모습의 개미 사진을 올린 것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국내에 없는 ‘마른나무흰개미(Kalotermitidae)’로 보인다며 깜짝 놀랐다. “건조목에도 서식하는 악성 해충이라 큰일이다” “저거 박멸 못 하면 난리 난다” “빨리 환경부에 신고해라. 번식 막아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랐다.

이 마른나무흰개미가 더 위험한 이유는 네티즌들도 지적한 것처럼 목재를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주를 이루는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목재는 갉아 먹지 않는데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목재도 갉아 먹는다”며 “집안 가구도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흰개미는 습하고 그늘진 곳 나무에만 피해를 준다면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들은 모든 나무를 갉아 먹는다”라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골치 아픈 곤충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에 출몰한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특히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흰개미에 날개가 달린 점을 우려했다. 날개는 짝짓기 비행을 위한 것인데, 흰개미는 군집을 이룬 뒤 5~10년 정도 지나 안정화가 돼야 짝짓기에 나서기 때문에 이 마른나무흰개미가 국내에 들어온 지 한참 지나 이미 널리 퍼져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호주에선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들 때문에 집이 붕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국내에는 이 종을 방재할 전문가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2021년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지에는 전남 완도군 여서도에서 마른나무흰개미 일종인 ‘통짜흰개미’를 발견했다는 보고서가 실린 바 있다. 해당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송정훈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도 이날 연합뉴스에 “정확한 종은 군체를 관찰해 병정개미를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로 보인다”고 했다.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는 총 489종이고 멸종된 종을 제외하면 457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엔 ‘일본흰개미’와 금강 주변에 서식하는 ‘칸몬흰개미’ 등이 서식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에 출몰한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 작성자는 날개가 없는 개미도 있다며 추가 사진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흰개미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섭취한다. 이를 위해 목재를 안쪽부터 갉아 먹어 ‘목조건축물 저승사자’라고까지 불린다. 미국에서 한해 흰개미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방제에 든 비용을 합하면 2010년 기준으로 40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내놓은 ‘한옥건축 고위험 흰개미 피해방지 참고자료’에는 “바퀴벌레와 유사한 특성을 보이며, 땅속이나 목재 내부에 서식처를 확보하고 번식하면 방제가 극히 어렵다”라고 설명돼 있다. 국내에서는 1920년대 처음 흰개미 서식이 확인됐고 1980년대부터 문화재 피해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은 문제의 흰개미가 나왔다는 강남구 한 주택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는 19일 오후 나올 전망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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