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민주당, ‘서민 코스프레’ 경제관 버려라
'서민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김용민 의원 글은 가붕개 강조
민주당 노선과 달라 놀라워
위선과 내로남불로 점철된
민주당 친서민 노선 약발 끝
정의와 도덕 밑천 바닥났기에
친기업으로 발상 전환해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에 대한 여러 반응 중 가장 관심이 간 것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언급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SNS에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고 밝혔다.
찐친을 옹호하려 코인을 서민이 부자되는 길로 여긴 점은 황당하나 솔직히 놀라움이 더 컸다. 내용이 민주당이 추구해온 경제관과 정면으로 배치돼서다. 민주당, 특히 문재인정부 이후 민주당의 서민 대책을 관통한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서민은 시혜와 보호의 대상이다. 그리고 서민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은 불필요하다는 것.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붕개’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를 구현한 게 집권 기간 26차례 발표된(26차례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다.
한 번쯤 전세→내집 마련→좋은 곳(강남 등)으로 이사→노후 대비 부동산 재테크라는 부의 사다리 타기를 꿈꾼다. 그게 소소한 서민들의 욕망이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은 임대나 최대 1주택, 비강남·비서울을 개천으로 내세웠다. 100억원대 자산가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내가 강남에 살기에 하는 말”이라고 했다. 역세권 고급 아파트에 살던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임대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당부했다. 용들의 훈계에 많은 서민들은 “주제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개천을 넘으려면 세금 세례를 각오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렀고 오늘날 가붕개를 벼랑 끝으로 몬 전세사기의 단초가 됐다.
서민을 다독이려 동원된 게 편가르기다. 최저임금 1만원제와 법인세 인상이 부담이라는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주장을 반서민 적폐의 넋두리인양 몰아갔다. 2018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 16.4% 오를 때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도 31만6000명에서 9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막무가내 정책의 결과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가붕개끼리의 난투극으로 이어졌다.
정작 민주당 인사들은 서민이 상상못할 혜택을 맘껏 누렸다. 30년간 전세로 살았다는 김의겸 의원은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역 상가 투자와 강남 거주에 차례로 성공했다. 전 정부가 불온시한 거액의 대출(10억원대)과 갭투자가 활용됐다. 임차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대료 갱신 상한(5%)을 정한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거지 갑’ 박주민 의원. 법 시행 직전 상한선의 두 배 가까운 임대료를 챙겼다. 백미는 물론 김남국 의원이다. 구멍난 신발, 모텔 전전 등을 알리며 후원금을 모으더니 코인 몰빵 및 근무 중 투자로 후원금의 최대 수십배 상당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이모’ 김남국은 ‘타짜’ 김남국으로 변신했다.
민주당의 친서민 노선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덫에 빠지며 약발이 떨어졌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재정으로 서민 보호, 친기업=반서민’이라는 경직된 사고에 갇혀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학생 무이자 대출법 등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포퓰리즘 법안에만 몰두한다. 지난 대선 때도 국민 60% 이상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을 반대한 마당(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퍼주기 정책이 언제까지 환영받을까. 결자해지 해야 할 부동산 규제 정상화에도 굼뜬다. 이 와중에 김용민 의원의 발언이 나왔다. 정황상 빈말로 보이나 진지하게 민주당이 ‘가붕개의 용 만들기’ 프로젝트를 고민하면 어떨까 싶다. 복합 위기 속에서 입법권을 쥐고 있는 다수당의 발상 전환은 의외의 파괴력을 보일 수 있다. 참고할 만한 견해도 있다.
저서 ‘좋은 불평등’에서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제와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한 진보 경제학자 최병천씨는 각종 매체에서 “유능한 민주당이 되려면 기업의 재발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은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늘어나는 만큼 친기업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를 콕 짚어 얘기했다. 민주당 노선상 가당찮다고 보나? 어차피 정의·도덕의 밑천도 바닥난 터다. 5년 넘게 서민 코스프레형 경제관을 고집해도 효과도 없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면 방향 전환이 현명하다. 재집권을 꿈꾸는 당이라면 더더욱.
고세욱 논설위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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