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미달 군 방탄복’ 알고도 승인… 4만9000벌 보급됐다

정우진 2023. 5. 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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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방탄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방탄복 약 5만벌을 107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감사원은 군에 납품된 방탄복을 대상으로 사격시험을 한 결과, 일부 방탄복은 방탄재를 덧대지 않은 중앙 부분에서 후면 변형량 허용기준(44㎜)을 초과해 변형되는 등 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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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이 업체 꼼수에도 제작 허용
해당업체 “방탄소재 구성은 자율”
A사가 방탄 소재 6겹을 덧댄 방탄복의 부위. A사는 방탄시험 과정에서 총알이 지나가는 특정 부분을 미리 알고, 방탄 소재를 6겹 덧붙였다. 감사원 제공


방위사업청이 방탄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방탄복 약 5만벌을 107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방탄복 4만9622벌은 육군 등 군 장병에게 보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청은 2021년 12월 A사로부터 방탄복 5만6280벌을 약 107억8700만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방탄시험 과정에서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대는 방식으로 방탄 성능을 조작했다. A사는 문제의 방탄복을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다. 그러나 후면 변형을 측정하는, 상단과 하단 좌·우측에만 방탄 소재를 56겹으로 박음질했다. 방탄시험 부위를 미리 알고, 그 부분에 방탄 소재 6겹을 덧붙인 것이다. 후면 변형량은 총탄에 맞을 경우 장 파열 등 장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성능을 시험하는 척도다.

특히 감사원은 군에 납품된 방탄복을 대상으로 사격시험을 한 결과, 일부 방탄복은 방탄재를 덧대지 않은 중앙 부분에서 후면 변형량 허용기준(44㎜)을 초과해 변형되는 등 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

품질보증 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A사가 성능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방탄재를 덧댄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해 2월 방탄복 제작을 승인했다. 국기연은 지난해 5월 A사가 방탄재를 덧대 성능을 조작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감사원은 A사에 대한 입찰자격을 제한하고, 국기연 담당 연구원 2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할 것을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A사와 국기연은 감사원의 검증 방식이 규정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A사는 “한국 국방부 방탄복 표준 규격으로 사용하는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 기준에 따르면, 방탄복 중앙 부분은 입사각을 달리해 ‘관통 여부’만 확인하게 돼 있다”며 “감사원은 해당 부위에 정면 총격만 가하고 관통 여부가 아닌 후면 변형량을 따지는, 전혀 다른 시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사는 이어 “국방부 규정상 방탄소재를 어떻게 몇 장으로 구성했는지는 업체에서 창의적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며 “오히려 방탄 성능을 추가로 확보하고, 유연성을 확보한 특허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국기연도 “후면 변형량 및 관통 성능 모두 합격한 제품만 군에 납품했다”고 해명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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