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말보다… 장애·비장애인 함께 운동하면 사회 통합 기여”

송경모 2023. 5. 1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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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운동을 해서 건강해졌고 대학·직장에도 들어갔다.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게 해준 원동력이었다”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1987년 평범한 22살 청년이었던 정진완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갑작스레 찾아온 교통사고 탓에 두 다리로 걷지 못하게 됐다. 대신 장애인 체육이라는 새 길이 열렸다. 국가대표로서 세계 정상에 서봤고, 대학에 진학해 특수체육을 배웠다. 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선수촌 등을 거치며 행정가로서도 잔뼈가 굵었다. 2년여 전부터 제5대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를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사격으로 금메달을 땄다. 처음부터 사격을 한 건 아니었다. 휠체어 농구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구경하러 갔더니 한국 선수들이 사격을 제일 잘 하더라. 개인 종목이기도 하고, 메달을 따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고를 계기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1987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병실에 누워있는데 TV에서 휠체어 농구를 중계해 주더라. 그땐 ‘저런 것도 있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세브란스에서 재활을 담당해준 주치의가 마침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 의무위원도 겸하고 계셨다. ‘나이도 젊은데 너 같은 애들이 운동하면 좋겠다’고 권유하시더라. 이후 삼육재활원의 선생님을 한 분 소개 받아 본격적으로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드니 이후엔 은퇴하고 특수체육을 배워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입사했다.”

-학생 선수 양성에 관심이 많다던데.

“나는 운이 좋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운동을 한 건 아니지만 장애를 얻고 초기에 시작했다. 운동을 해서 건강해졌고 대학·직장에도 들어갔다.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고 싶다. 어릴 때부터, 재활 초기부터 건강한 육체와 꿈을 가지게 해주고 싶다.”

-방법론은.

“‘체계’가 중요하다. 과거 장애인체육계에서 스포츠과학이란 개념은 언감생심이었다. 소위 선진국들을 보면 장애인 스포츠에도 과학적 훈련법과 장비가 이미 도입돼 있더라. 시드니 이후로 우리 대표팀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그런 요인 때문이라 본다. 이젠 우리도 개천에서 날 용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중장기 계획을 세워 키워야 한다.”

-생활체육 인구는 충분한가. 일종의 ‘선수 풀’인데.

“수요는 분명히 많다. 비록 종목스포츠는 아니지만 장애인 근로자들의 낚시 대회가 열려 최근 다녀왔는데 200명 넘게 참여했다. 패러글라이딩 인구도 많고, 스킨스쿠버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니즈에 맞춰 생활체육 여건이 갖춰진다면 참여 인구도 급증할 거라 본다.”

-생활체육 여건이라고 한다면.

“생활 스포츠의 3대 요소가 시설과 지도자,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2018년부터 지역 인프라를 확충하는 중이다. 시·군·구 장애인 체육회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며 각 지역에 생활체육 지도자를 배치하고 있다. 체육회는 139개 만들어졌고 지도자는 860명가량 배치했다. 여기에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 체육센터’ 또한 2025년까지 150개 건립할 계획이다. 앞으로 반다비 체육센터가 아닌 공공·민간시설도 더 많이 개방해나가야 한다. 장애인 전용 시설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거다. 동네 헬스장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한 편의시설과 장비만 있으면 장애인이 못 이용할 이유가 없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스포츠로 경쟁하는 대회도 있다고.

대한장애인체육회 현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한형 기자


“다음 달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이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팀을 이뤄 스포츠를 즐기는 골자다. 테니스 같은 경우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칠 때 적용할 수 있는 룰이 규정에 명기돼 있다. 하프라인 안쪽에서 발리를 못 한다든지, 장애인에겐 투 바운드까지 허용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런 종목을 확대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대회다. 올해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전후해 올림픽공원에서 길거리 3대 3 휠체어 농구도 진행했다. 선수 3명 중 1명은 반드시 휠체어를 타야 했는데 시민 반응이 좋았다.”

-장애인식 개선에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번 떠드는 것보다 함께 땀흘리며 운동하는 게 훨씬 친해지기 쉽지 않나. 비슷한 취지에서 초·중학교에 ‘통합체육교실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이 있는 학급에서 통합체육교실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우수 사례를 선정해 해외 우수 시설을 견학하도록 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통합에 기여할 거라 믿는다.”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얼마 안 남았다.

“지난해까진 지도자들에게 급여가 아니라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올해부터 급여제로 전환하며 우수한 지도자들을 늘리고 있다. 총 22개 종목 경기가 열리는데 21개 종목에 350명가량의 선수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고, 일본도 도쿄 패럴림픽 때 보니 어린 선수들이 잘 준비돼 있더라.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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