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코인 읍참마속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순회 경선장에서 눈에 띄는 존재였다. 웬 젊은 남성이 일찌감치 영상 송출 장비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시설과 음향을 일일이 체크하길래 ‘어느 캠프 실무진인가’ 하고 봤더니 당시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이던 김 의원이었다. ‘현역 의원이 뭘 저렇게까지’ 싶어 주변에 물었는데, “이재명이 가장 편하게 일을 맡기는 의원이 김남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김 의원은 후보의 연설 자료 파워포인트(ppt) 영상을 한장 한장 손수 클릭해 넘겼다.
이듬해 들어선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김 의원은 당 주류로 승승장구했다. 1982년생 초선 신분으로 지난해 9월 중앙당 요직 중 하나인 당 제3사무부총장(미래부총장)에 발탁됐다. 원조 친명계로 불리는 ‘7인회’ 중 몇몇이 이 대표와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김 의원만은 건재했다. 지지층에서 ‘바보 형’으로 불린 그는 지난해 말 당내에 퍼진 ‘이재명계 분열설’을 이렇게 앞장서 무마했다. “저녁때 갑자기 (친명계) 번개 하자고 해서 모였는데 많이 모여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다.”
그랬던 김 의원이 최근 거액의 코인 투자로 이 대표에게 메가톤급 악재를 투척했다. 성실하고 순진한 이미지를 뒤로하고 상임위 회의 도중 치밀하게 코인을 거래, 투기성 부를 축적한 정황에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다. 본인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코인 투자 열풍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직장인들은 “바보 형의 탈을 쓴 ‘코인 천재 형’이었다”고 김 의원을 조소한다. 야권 일각에서는 겉과 속이 달랐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조국사태의 재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을 적기에 읍참마속(泣斬馬謖)하지 못한 이 대표가 정치적 책임론에 휩싸이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다. 이미 진영 내에서조차 “처음부터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읍참을 하려면 단칼에 해야 한다”(조응천 민주당 의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수행실장 시절 야권 강성 지지층 성지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에 나가 “유세 일정 내내 단 한 번도 내게 화내거나 짜증 낸 적 없다”고 이 대표를 추켜세웠다. 최측근에게 화내지 않는 제1야당 대표가, 되레 국민의 화를 돋워 위기를 맞은 형국 같다.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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