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사랑과 돈의 순도

2023. 5. 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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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영화 ‘타이타닉’과 소설 ‘소나기’는 순도 100% 사랑 이야기다. 물질도 순도가 중요하다. 금 순도는 14/18/24K로 구별한다. 14K는 58.5%, 18K는 75%, 24K는 99.9% 순도를 자랑한다. 순도가 높아야 비싸다. 생성에 10억년 걸리는 다이아몬드도 그럴까? 다이아몬드는 불순물이 없어야 투명해 가치가 높지만 불순물이 0이면 아름답지 않다. 불순물이 좀 들어가야 빛이 반사돼 은은한 빛이 돌고 예뻐 비싸다. 다이아몬드란 예외가 있지만 산업소재는 순도가 경쟁력을 가른다.

돈의 세계

폴리실리콘은 반도체와 태양광 모듈의 기초 원료다. 모래에서 순도 높은 규사를 정제한 후에 전기로 녹여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만든다. 2011년 주식시장을 달궜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에서 시장을 놀라게 한 화학주가 있었다. 3만원 밑에 머물다 2011년 65만7000원까지 오른 태양광 회사 OCI다. 당시 고효율 태양전지 폴리실리콘은 독일 바커, 미국 헴록, 한국 OCI 3사만 공급했으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OCI는 9나인(순도 99.9999999%), 10나인급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을 공급해 업계 1위로 발돋움하려 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순도가 좀 못하나 월등히 싼 7나인급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공급과잉 여파 등으로 OCI 주가는 2020년 3월 3만300원까지 폭락했다. 그럼에도 순도는 여전히 중요하다. 반도체 웨이퍼용 폴리실리콘은 11나인급 이상이어야 한다. 핵에 사용되는 우라늄 순도 싸움도 한창이다.

우리 몸에 평상시보다 수분이 2% 부족하면 갈증이 난다.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는 한때 잘나간 음료수 2%의 광고 카피를 보며 세상의 이치를 생각한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이해 차이로 완전함에 갈증을 느낀다. 시장은 순수의 결정을 외치며 돈에 목말라한다. K-태양광이 북미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화큐셀의 올블랙 모듈이 순도에 심미성까지 더해 흐뭇하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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