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전 영상 요즘도 보냐고?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간다

박린 2023. 5.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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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에서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은 “바뀐 건 없다”고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그가 원하는 건 소속팀 전북의 승리다. 사진 전북 현대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공격수 조규성(25)을 18일 전북 완주군 전북 현대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그는 부상 복귀전인 21일 수원FC와의 홈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던 조규성은 올 시즌 1골(4경기)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를 펼치다 부상을 당한 여파다.

조규성은 “대표팀에 가기 2~3주 전부터 종아리 쪽이 아팠다. 처음엔 근육이 뭉쳤다고 생각했는데, 대표팀 경기를 뛰고 난 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정밀 진단 결과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다”고 했다.

조규성이 빠진 사이 전북은 리그 8위까지 떨어졌고, 김상식 감독은 경질됐다. 조규성은 “최근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팀을 위해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지난주 팀훈련을 소화했고, 지금은 아픈 느낌이 아예 없고 완전히 돌아왔다”고 했다. 얼마나 재활 훈련에 매진했는지 그의 양팔과 허벅지 근육이 터져나갈 듯했다.

한국축구대표팀 조규성(왼쪽)은 작년 11월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조규성은 지난해 11월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3분 만에 헤딩으로만 2골을 터트려 스타가 됐다. 그런데도 월드컵 이전처럼 덤덤했다. “가나전 득점 영상을 요즘도 보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찾아보지 않는다. 과거는 과거일 뿐, 더는 연연하지 않는다. 이미 그때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저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월드컵 직후 방송 출연과 광고 섭외 요청이 쇄도했지만, 그는 예능프로그램 딱 2개(나혼자산다, 유퀴즈)만 찍었다. 조규성은 “확 떴다고 해서 방송 욕심을 내는 것보다 저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두 곳에만 출연했다. 그보다 시즌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니세프 캠페인은 앞장서서 영상까지 찍었다. 그는 “사실 월드컵 이전부터 유니세프를 후원하고 있었다. 이 캠페인을 함께 하면 어린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규성은 유니세프 캠페인은 앞장서서 영상까지 찍었다. 사진 유니세프


월드컵 기간에 4만 명에서 293만 명까지 늘었던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현재 254만 명이다. 조규성은 “월드컵 때 우루과이 마르틴 카세레스에게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왔었다. 브라질전 후 네이마르가 팀 매니저를 통해 ‘9번(조규성)과 유니폼을 바꾸고 싶다’고 요청도 왔다. 네이마르와 맞바꾼 유니폼은 집에 잘 모셔뒀다”며 웃었다.

조규성은 지난 겨울 마인츠, 쾰른(이상 독일), 셀틱(스코틀랜드), 미네소타(미국)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적료가 37억~62억원에 달했지만 전북에 남았다. 조규성은 “후회는 ‘1(하나)’도 없다. 동계 훈련 때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겨울에 나갔으면 나 진짜 힘들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유럽 팀이 새 판을 짜는 여름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월드컵 직후 만큼의 열기는 않지만, 최근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레인저스(스코틀랜드), 웨스트브로미치(잉글랜드) 등이 조규성을 영입 후보에 올려뒀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영국 워크퍼밋(취업허가서) 발급을 위한 점수가 조금 모자라지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팀은 물론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전북은 올 여름 조규성을 유럽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조규성 에이전트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전북 구단은 이탈리아 출신 에이전트에게도 위임장을 써줬다.

작년 12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특강에 참여한 박지성(오른쪽)과 조규성. 사진 현대차·기아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로 향했던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는 “유럽 5대리그보다 그 밑의 리그에 먼저 가는 게 더 도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규성도 “저도 같은 생각이다. 난 유럽 무대 경험이 없는 만큼 중소 리그부터 시작해 기반을 쌓고 싶은 생각도 있다. 물론 누구나 뛰고 싶은 5대 리그에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가는 게 맞다. 주위(박지성, 에이전트)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제 몸이 다 돌아왔고, 경기를 뛰면서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이는 연예인병에 걸렸다는데 전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가식적이지 않고 진솔하게 살고 싶다. 세인의 입방아는 하나도 신경 안 쓴다. 해외에 나가서 잘하면 다시 박수 쳐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다. 유명해졌다고 해서 바뀐 건 없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조규성(오른쪽)과 권경원이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확정 후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학창 시절 마른 체형 탓에 ‘병든 타조’라고 불렸던 조규성은 축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는 그의 축구인생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다. 조규성은 “어릴 적 친구들과 탁구를 칠 때 ‘끝까지 하면 내가 다 이겨’라고 생각 했다. ‘중꺾마’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인데 뭘 하든 끝까지 가면 승부욕이 강한 내가 다 이겼다”고 했다.

18일 전북 현대 클럽 하우스에서 만난 조규성. 프리랜서 김성태

■ ▶조규성은...

「 출생: 1998년생(25세, 경기도 안산)
체격: 1m89㎝, 82㎏
소속팀: 안양(2019) 김천 상무(2021~22·군복무) 전북(2020~)
포지션: 최전방 공격수
A매치 득점: 22경기 6골(카타르월드컵 가나전 2골)
SNS 팔로워: 254만명
예상 이적료: 250만 유로(약 36억원)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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