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의 창이냐, 밀라노의 방패냐
유럽 클럽 축구를 대표하는 두 강자,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이하 맨시티)와 인터밀란(이탈리아)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는다. 무엇이든 뚫어내는 날카로운 창(맨시티)과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방패(인터밀란)가 대결을 벌이는 ‘모순’의 승부다.
맨시티는 18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 10일 원정 1차전을 1-1 무승부로 마친 맨시티는 1·2차전 합계 5-1로 앞서 결승에 올랐다.
‘빅 이어(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의 별칭)’를 놓고 다음 달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맨시티와 맞붙는 상대 팀은 인터밀란이다. 연고 지역 라이벌 AC밀란과 ‘밀라노 더비’로 치러 합계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면서 먼저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나란히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맨시티와 인터밀란이 유럽 클럽대항전 무대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팀은 친선경기에서만 두 차례 만나 1승1패를 기록했다. 역사적인 첫 공식 경기 맞대결을 ‘유럽 클럽 축구 챔피언’ 타이틀전으로 치르는 셈이다.
맨시티는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는 이제껏 기대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 2020~21시즌 준우승한 게 역대 최고 순위다. 결승에 오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메날두(메시-호날두)’의 대를 잇는 득점 머신으로 각광 받는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이 정상 정복의 최전선에 선다. 올 시즌 맨시티에 합류하자마자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축구 전체의 득점 관련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운 괴물 공격수다. 정규리그에서 33경기 36골로 단일 시즌 최다 골 신기록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10경기 12골로 득점 선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4강 1·2차전에서는 모두 침묵했지만, 이는 철저히 팀플레이에 주력한 결과다.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홀로 버텨내는 사이 동료 선수들이 잇달아 찬스를 잡으면서 줄줄이 득점포를 터뜨렸다. 맨시티는 홀란을 앞세워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까지 3개 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다. 지난 1998~99시즌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룬 ‘트레블(3관왕)’을 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1964년·65년·2010년)에 빛나는 인터밀란은 이탈리아 축구 특유의 견고한 수비와 예리한 역습이 돋보이는 팀이다. 간판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28)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운 백전노장 프란체스코 아체르비(35)가 수비의 기둥이다.
스리백 기반의 전술을 구사하는 인터밀란에서 아체르비는 팀 상황에 따라 스위퍼(스리백 한가운데)와 스토퍼(스리백 양 측면) 역할을 오가며 수비 라인을 이끈다. 올 시즌 막바지 인터밀란이 거둔 8연승(각종 컵대회 포함)의 주역이 바로 아체르비다.
그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13~14시즌 도중 고환암으로 인해 9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났다가 항암 치료와 재활 훈련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복귀해 축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후 세리에A 최고 수비수의 반열에 올랐다. 이탈리아 대표팀에도 발탁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민재와 함께 나폴리(이탈리아)의 스카우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선수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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