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두 가족 귀순 “먹고살기 힘들어, 9명 한배로 남한행”
정부가 이달 초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 9명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취학 아동이 포함된 이들 일행은 군의 신병 확보와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 과정에서 일관되게 귀순 의사를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일가족이 어선으로 NLL을 넘어 귀순한 건 2017년 7월 4명 이후 약 6년 만이다.
18일 군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북한 어선 1척이 NLL로 접근하는 동향이 발견돼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당시 군 당국의 감시장비에는 어린이가 포함한 10명 미만의 인원이 식별됐다고 한다. 이 어선은 밤 12시를 전후해 NLL을 넘어왔고 군은 경비정을 투입해 신병을 확보했다.
군 병력이 어선에 올랐을 당시 9명의 북한 주민은 명확하게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도 선박의 항적 등 당시 상황으로 미뤄 표류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현재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을 받고 있다.
신문 과정에서 이들은 “두 가족이 한배로 한국행을 계획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로 생활고를 들었다고 한다. 북한 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까지 발생하는 심각한 식량난 등이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북한에서 식량 문제가 발생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 소식통 등을 인용해 “최근 북한 각 지방에서 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속출하고 있고 하루 두 끼도 겨우 먹는 주민이 많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 등 통제를 강화해 최근 식량 상황은 최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주민은 난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 규정에 따라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탈북민들은 최대 120일 동안 합동신문을 받은 후 귀순 의사가 최종 확인되면 북한이탈주민 정착사무소(하나원)로 옮겨져 3개월간 남한 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정착금 및 취업장려금 등을 수령한 후 전국 25개 하나센터를 통해 새 거주지로 옮기게 된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 입국한 탈북자 수는 2009년 2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다 북한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2020년에는 세 자릿수인 229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급감했고, 올해 1분기에는 3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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