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원희룡의 막나가는 노조때리기

조선혜 2023. 5. 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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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방조 의혹 제기하며 노조 공격 ... 지난 1년간 건설노조·화물연대 등 '노조 때리기' 집중

[조선혜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건설노조가) 동료의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 원희룡 페이스북 갈무리
 
"(건설노조가) 동료의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조선일보>가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의 분신 사망에 대해 '함께 있던 간부가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고 보도한 다음 날 이런 반응을 보인 겁니다. 

원 장관은 "사실이라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표현으로 사실이 아닐 경우를 대비했지만, 책임이 큰 주무장관이 이 보도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이 보도에 힘을 싣는 효과가 납니다. 

하지만 이 보도 내용과 다른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보도 자체만 놓고도 사실과 다른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내용이기에 다각도의 확인이 필요한데, 이를 무시한 보도를 원 장관이 기정 사실화했습니다. 18일 현재까지도 해당 게시물은 그대로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첫 국토부 장관에 오른 원희룡 장관의 '노조 때리기'는 지난 1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1년 간 원 장관의 '반 민주노총' 발언을 모아보았습니다. 

① "가짜 노동, 조폭 행위...끝까지 바로 잡겠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원 장관은 지난 2월 2일 페이스북에서 "민노총이야말로 '노동은 없고 민폐 정치 투쟁만' 한다. '현장 일 못하게 하고, 돈은 뜯어가는, 민노총식 가짜 노동 조폭 행위'로 '고통은 진짜 노동자와 국민 몫!'"이라며 "국가가 끝까지 바로 잡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거리에 설치한 현수막 사진을 함께 게시하면서였습니다. 사진 속 현수막에는 '정치는 없고 노동 탄압만! 끝까지 투쟁!',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 윤석열식 노동개악! 고통은 국민 몫! 민주노총이 끝까지 막아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를 고스란히 되받아친 겁니다. 

② "이름만 노조, 약탈 조폭 집단"

원 장관은 지난 2월 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 현장 불법행위 관련 간담회에선 "건설노조가 전국에 55개 있는데, 이름만 건설노조이고 약탈 조폭 집단으로 행세한다"면서 "건설 현장의 가짜 노동, 가짜 약자를 뿌리까지 뽑아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뿐 아니라 몸통과 뿌리까지 파고들겠다"면서 노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③"무법지대 조폭들이 노조 탈 쓰고 설쳐"

지난 1월 12일에도 원 장관은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오전 창원시 명곡동 행복주택 건립 현장을 찾은 그는 "후진국 같고 무법지대에 있는 조폭들이 노조라는 탈을 쓰고 설치는 이런 것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라는 것을 앞세워 조폭식으로 돈을 뜯어도 된다, 그런 것을 대한민국 헌법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뗏법도 헌법 아래에 있고, 그런 행태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도려내야 할 건설 현장의 독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도 했습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는 "민노총, 화물연대, 운송노조의 연이은 파업으로, 초등학교 신축 공사가 미뤄져, 학생들은 당분간 버스를 타고 다른 곳에 설치된 임시 교실에서 지내야만 한다"면서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까지 상처를 주는 민폐 조폭 행위는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④"화물차 번호판,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 끝판왕"

지난해에도 원 장관은 수많은 막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2022년 12월 28일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이 화물차 번호판"이라며 "민주노총 간부들이 100개씩 갖고 장사하는 상황 또한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일부 조합 간부들이 화물차량의 면허권 즉, 번호판을 대여해 월 수백만 원의 부수입을 올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한 겁니다. 

⑤"건설 현장은 무법지대" "경제에 기생하는 독"

국회에서도 거침없었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 현장 규제개혁 민·당·정 협의회'에서 "건설 현장이 또 하나의 대표적 무법지대가 됐고, 어제오늘이 아닌, 방치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는 채용 강요, 업무방해, 금품 강요 이런 행태들"이라며 "건설노조를 비롯한 일부 집단 세력의 불법적인 행태를 더 이상 '현장에서 알아서 해결하라' 또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같은 날 원 장관은 세종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아서도 "건설노조가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 되고 있다"면서 "그간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완장 부대'가 방치돼 왔지만, 새 정부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⑥ "어처구니없는 착각 빠져...이들이 바로 조폭"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오전 부산 동구 범일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현장관계자로 부터 건설노조의 화물연대 동조파업에 따른 운영 차질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 2022.12.5
ⓒ 연합뉴스
 
'조폭'이라는 표현은 지난해에도 등장했습니다. 2022년 12월 5일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의 조직적 힘으로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빠진 집단이 바로 민노총"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건설인력 채용 강요, 건설기계와 장비 사용 강요, 부당금품 요구 등의 횡포를 부리고, 이 요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비점거, 하역거부, 태업 등의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해왔다"며 "이러한 행위가 바로 폭력이고, 이들이 바로 조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⑦ "민폐노총"

그로부터 며칠 전에는 '민폐노총'이라는 조어도 썼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2월 1일 페이스북에서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이다.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직후 주가 급등은 민노총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손절! 축하하고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추가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원 장관은 당시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을 언급하며 "민폐노총에 경고한다. 민폐노총 간부가 코레일 노조를 만났는데, 만나서 무엇을 사주하고 획책한 것인가"라며 "코레일 노조에 기획 파업을 사주하는 당신들의 검은 손을 당장 치우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⑧ "'노조 공화국' 만들려는 불순한 시도"

노조 파업을 두고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웠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1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을 '노조 공화국' '노조 천국'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며 "노조가 파업으로 힘을 과시하면, 정부가 적당히 눈치 보다 타협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불법과 억지, 비상식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철도와 지하철 노조 파업, 모두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정치 파업이다. 대한민국을 '노조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불순한 시도"라며 "불법과 정치적 계산이 서로 손잡고 초법적 관행을 이어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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