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만큼 돈 주는 앱 ‘캐시워크’...본사도 이익률 15% 비결은? [영업이익 강소기업]
걷기만 해도 돈이 되는 신기한 만보기.
건강관리 앱 ‘캐시워크’ 얘기다. 캐시워크는 앱을 깔고 걷기만 하면 돈이 벌리는 앱이다. 실제 앱 가입자가 1만보를 걸으면 100캐시(약 70원)를 준다. 그러다 보니 캐시워크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000만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00만명에 달한다. ‘짠테크(짠돌이와 재테크 합성어)’ 시대 국민 만보기 앱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돈 벌어주는 앱’이 자기 돈은 잘 벌까. 대답은 ‘그렇다’다. 넛지헬스케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79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9%, 12% 증가했다. 특히 북미, 유럽 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7% 뛴 것도 의미 있다. 스타트업 치고 빠른 성장세에 내실도 탄탄함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의사 나승균·개발자 박정신 공동 창업
창업자는 나승균·박정신 공동 대표.
나 대표는 창업 이전에는 예방의학 전공 의사였다. 공중보건의 시절 비만, 당뇨 환자 대상 진료를 할 일이 많았다. 약 처방 외에도 운동이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환자들이 잘 따르지 못했다. 그래서 ‘운동을 재밌게, 자기주도적으로 관리해주는 앱이 어디 없나?’ 했는데 대부분 성에 차지 않았다. 이때 개발자 출신 박정신 대표를 만나 의기투합(2016년 창업),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 애초 캐시워크로 출범했다가 자연스러운 동기 부여를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경제학 개념인 ‘넛지(Nudge) 이론’을 헬스케어 분야에 접목하겠다 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국내에서 일찌감치 자리 잡고 2020년부터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첫 진출국인 미국의 누적 가입자 수가 최근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MAU 역시 2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캐나다에도 공식 입성했다. 올해 상반기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앱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 건강관리 앱으로 자리 잡은 캐시워크는 최근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 B2B(기업 대 기업), B2G(정부기관 상대 사업) 플랫폼 ‘팀워크(TeamWalk)’, 식습관 형성을 돕는 ‘다이어트’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모바일 멘털케어(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마인드키’도 앱 내 탑재했다. ‘키토선생’ 등 식음료 부문 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이런 사업 성과 덕에 최근 넛지헬스케어는 투자 혹한기에도 불구,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신한캐피탈, 신한투자증권에서 3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최적화 광고 기술 플랫폼 구축
캐시워크는 많이 걸은 만큼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게 핵심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원이다. 즉 앱 이용자에게 ‘줄 돈’이 넉넉해야 한다. 이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다행히 캐시워크는 사용자 수에서 압도적인 건강관리 앱이 됐다. 당연히 광고주들이 이 앱을 광고 채널로 보게 됐다. 캐시워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광고 노출 시간을 경매처럼 운영하는 고도화된 프로그래매틱 광고 기법을 썼다. 일명 ‘애드 네트워크 AD EXCHANGE(ADX)’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 수요자(DSP)와 공급자(SSP) 간 거래되는 광고를 구매(입찰)할 때 광고 관리자가 아닌, 제어권을 가진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진행하기에 인건비는 아끼면서도 효율은 더 증가해 높은 영업이익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제어권이란 하한 가격 설정, 광고주·카테고리 허용 규칙, 광고 유형 등이 포함된다.
정리하면 최대한 많은 광고 매출을 얻고 사용자에게 최대한 많이 돌려주는 구조로 서비스를 운영, 광고 매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말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기에 더해 사용자 걸음 수와 광고 시청 횟수 등 앱 사용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로 어뷰징 시도 등에 대한 활동을 감지하는 자동 시스템을 갖추는 등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각종 브랜드의 이벤트와 마케팅 제휴도 쇄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돈 버는 퀴즈’다. 최근 위메프는 디지털 위크 이벤트 홍보를 위해 캐시워크 사용자를 대상으로 ‘위메프에서는 결제사 최대 5% 할인 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 결제 수단 확인하고 최대 ○만원 할인받으세요! 과연 ○에 들어갈 숫자는 무엇일까요?’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런 식으로 각 회사들이 단순 홍보뿐 아니라 이벤트 공간으로 캐시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캐시워크 입장에서는 이런 제휴가 많아질수록 캐시워크에서 얻은 캐시를 활용할 수 있는 제휴처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린다. 실제 캐시워크 캐시는 현재 스타벅스 등 카페나 국내 대표 편의점, 음식점, 극장 등 수백 개의 제휴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니 종전 회원 충성도는 높아지고 신규 회원을 추가로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캐시워크 캐시로 등하굣길, 출퇴근길에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곳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보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더더욱 캐시워크로 돈이 몰리는 구조가 됐다.
이외에 자체 브랜드 제품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길 끈다.
넛지헬스케어는 의사가 직접 개발한 저당, 저탄수화물 식품 전문 브랜드 ‘키토선생’을 내놨다. 헬시플레저 열풍과 더불어 일상 속 건강관리를 위해 키토제닉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상품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캐시워크에 비해 비교적 신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하기 시작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키토선생은 캐시워크와 제휴 마케팅을 하면서 빠르게 고객을 확보한 뒤 건강기능식품, 저당, 저탄수화물과 같은 건강식 키워드를 앞세워 상품 판매 매출까지 올리는 ‘플랫폼 낙수 효과(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 진출)’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총평했다.
대부분 매출이 국내서 발생
아쉬운 점은 캐시워크가 아직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약하다는 사실이다. 넛지헬스케어는 2020년 미국 진출 후 꾸준히 진출 국가를 늘리고 있다. 다만 매출 중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도 수익화 모델을 빠른 시일 내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캐시워크를 잘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잠시 반짝하다 사라진 주변의 수많은 리워드(보상) 앱의 일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극복 과제다.
“창업한 이유가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의 건강관리 행태에 동기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이런 창업 정신에 따라 성별, 연령, 국적·인종에 상관없이 일상 속 건강관리를 희망한다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앱,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음료를 선보이는 토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건강 행태 습관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이자 기업이었으면 좋겠다.”
나승균 대표의 포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9호 (2023.05.17~2023.05.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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