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687가구 안전진단 통과 ‘콧노래’···재건축 훈풍 부는 도봉구 [재건축 임장노트] (18)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도봉구에서도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초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된 이후 재건축이 확정된 단지만 3곳이고, 이들 단지를 포함해 도봉구에서만 총 15개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단지별로 사업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14~15층 규모 중층 단지라는 점에서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다.
도봉구는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났거나 곧 30년이 되는 아파트 단지가 35개 단지 약 3만가구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예비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부터 통과한 단지까지 현재 총 15개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행정동별로는 쌍문동 2개, 방학동 2개, 창동 10개, 도봉동 2개 단지가 진행 중이다.
이 중 3곳이 올해 1월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합리화 방안 발표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창동 상아1차는 올 3월 도봉구로부터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불필요 결정을 받아 최종 안전진단 통과를 통보받았다. 도봉구 내 방학동 신동아1단지에 이어 두 번째다. 상아1차는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2월 경쟁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 신탁사로 KB부동산신탁을 선정한 뒤 재건축 사업 업무협약을 맺어둔 상태다. 상아1차 추진위와 KB부동산신탁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며,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는다.
쌍문동 한양1차는 도봉구에서도 재건축 사업성 점수(83점)가 높은 편이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해 점수화한 결과로, 점수가 100보다 높다는 것은 재건축으로 기존 주택과 같은 평형을 신청할 경우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양1차의 경우 점수가 100에 못 미쳐 어느 정도 추가 분담금이 예상은 되지만 중층 단지가 많은 도봉구 전체에서 창동 주공18단지(87점), 주공19단지(85점) 다음으로 사업성이 높다. 한양1차는 4호선 쌍문역이 가깝고 단지 남쪽으로는 우이천이 흐른다.
올 들어서만 3개 단지가 잇따라 안전진단 문턱을 넘으면서 재건축에 대한 주민 관심도 뜨거워졌다. 도봉구가 지난 5월 7일 정비사업 관련 용어나 추진 절차, 지역 현황을 주민들이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날 열린 설명회에 주민 800여명이 몰렸다.
‘재건축 연한’ 35개 단지 3만가구
창동 주공 7곳 예비안전진단 통과
용적률 낮은 18·19단지 사업성 으뜸
최근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창동이다. 단지별 설명회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어서다.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해줄 때 사업을 진척시켜두려는 의도도 있지만, 재건축 특성상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다른 단지에 순서가 밀리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창동 ‘동아(600가구)’는 지난 4월 소유주를 대상으로 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동아는 2021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정밀안전진단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동아는 주민 설명회에서 재건축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비용 모금 방법 등을 논의했다. 동아는 중층 아파트 치고 규모가 크진 않지만 1·4호선 창동역을 단지 바로 앞에 끼고 있어 입지가 좋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창동 주공아파트는 1~4단지와 17~19단지 총 7개 단지로 구성돼 있다. 모두 합쳐 1만778가구에 달한다. 1988년 18·19단지를 시작으로 1991년까지 차례로 지어졌고 몇 년 전부터 차례로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넘겼다. 이 중 18·19단지가 지난해 4월 창동 주공 중에는 가장 먼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이어 같은 해 6월 17단지가, 7월에는 2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단지와 3단지도 같은 해 11월, 12월 각각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이 가운데 2단지와 18단지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창동에서는 ‘삼환(660가구)’이 2020년 일찍이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까지 모두 통과해 재건축을 확정 지어둔 상태다.
쌍문동에서는 한양2·3·4차(1635가구)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다만 한양2·3·4차는 한양1차에 비해 사업성 점수(60점)는 낮다. 전체 가구 수가 1600가구를 훌쩍 넘기는 데다 가구당 대지지분(28.05㎡)은 적고, 용적률은 256%나 된다.
논란의 GTX, 지하화 확정
삼성역까지 14분 만에 이동 가능해져
도봉구 내 노후 아파트들이 잇따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자 그간 노후 주거지, 서울 변두리 이미지가 강했던 도봉구도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거라는 기대가 커졌다. 1·4호선 창동역을 중심으로 1호선, 4호선, 우이신설선이 두루 지나 대중교통 여건이 나쁘지 않은 데다 KTX 연장 사업, 서울 최대 음악 공연장 서울 아레나 건립, 창동역 초역세권 복합환승센터 건립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개발 호재는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도봉산역~창동역 구간 지하화가 결정된 점이다.
GTX-C노선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청량리역, 삼성역을 지나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노선이다. 이 중 논란이 됐던 도봉 구간은 도봉산역에서 창동역까지의 5.4㎞ 구간이다. 국토부는 2020년 10월 GTX-C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과천청사역부터 도봉산역까지 37.7㎞ 구간을 지하터널로 건설하는 초안을 만들었지만 같은 해 민간 사업자가 지상 건설을 제안하고 국토부가 수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도봉구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고 감사원 공익 감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이번에 다시 지하화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GTX C노선이 개통하면 창동역에서 삼성역까지 14분이면 이동 가능해진다. 지금은 지하철로 이동하려면 1~3번 환승해야 하고 이동 시간도 50분이 넘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9호 (2023.05.17~2023.05.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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