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토털풋볼 전통에 안정감까지 확보, 펩 전술이 강한 이유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시티는 레알마드리드를 그냥 꺾은 게 아니라, 완전히 압도했다. 레알은 경기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활용한 속공으로 이득을 취할 줄 아는 팀인데 맨시티가 그 가능성조차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은 파괴력뿐 아니라 안정감 측면에서도 만점이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22-2023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을 치른 맨시티가 레알에 4-0으로 승리했다.
앞선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던 맨시티는 1승 1무로 결승에 올랐다. 지난 2020-2021시즌 결승전에서 첼시에 패배한 뒤 2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구단 역사상 두 번째 결승 진출이고,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는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우승한 뒤 12년 만의 정상 도전이다.
결승 상대는 인테르밀란이다. 인테르는 먼저 치른 4강전에서 AC밀란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은 6월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윙백 없는 스리백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맨시티 초창기에는 르로이 자네(현 바이에른뮌헨)처럼 아예 측면 득점원에 가까운 선수를 윙백 자리에 두려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실험이었다.
맨시티가 이번 시즌 완성한 3-2-4-1 대형은 과르디올라의 머리에 어느날 갑자기 솟아난 게 아니라, 그가 계승받은 축구 전통을 조금 변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토털풋볼의 적통이며 현역 시절 윙백 없는 스리백의 일종인 3-3-1-3 포메이션을 구현했던 핵심 선수였기 때문이다.
3-3-1-3은 네덜란드, 아약스, 바르셀로나 등 토털풋볼 전통을 발전시켜 온 팀들에 있어 꿈의 포메이션이다. 보통 네덜란드와 바르셀로나의 공통 포진으로 4-3-3을 이야기하는데, 3-3-1-3은 토털풋볼에 더욱 적합하다. 4-4-3과 비교한다면, 포백이 아닌 스리백에게 수비를 맡기는 대신 미드필더를 한 명 늘려 중원 장악력을 더욱 끌어올린다. 연쇄적인 삼각 대형을 경기장 전방에 만들기 이론적으로 가장 용이한 포메이션으로, 전방 압박과 공 간수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극단적인 성향을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미치광이' 마르첼로 비엘사 감독 역시 이 포메이션을 선호한 적이 있지만 비엘사식 3-3-1-3은 윙백이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식과는 약간 다르다.
그러나 이 포진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사례는 매우 희귀하다. 이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맞춤 선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포진이다. 1992년, 고(故) 요한 크루이프 감독이 이끌고 과르디올라가 선수로 뛰던 바르셀로나 '드림팀'이 UCL(당시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할 때 썼다. 그리고 1995년 역대급 유망주가 대거 쏟아져나왔던 아약스 역시 3-3-1-3 대형으로 UCL 정상에 올랐다. 당시 토털풋볼식 3-3-1-3과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AC밀란식 4-4-2는 서로 정상에서 끌어내려가며 UCL 결승에서 치열한 전술 대결을 벌였고, 승자는 없었다.
하지만 토털풋볼의 이상향이었기 때문에 아약스 유소년팀에서는 최근에도 이 대형으로 선수를 육성해 왔다. 이 포진을 구현할 만큼 충분히 선수단이 강했던 바르셀로나 감독들은 가끔 필살기처럼 이 포진을 꺼내들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프랑크 레이카르트, 과르디올라 등의 바르셀로나가 종종 이 포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성공을 거둔 적은 없었다. 그나마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 온갖 변형 포메이션을 쓸 때 3-3-1-3에 가까운 형태가 자주 보였지만 생명력이 길진 못했다.
3-3-1-3은 경기장 전체에 아군 선수의 삼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패스를 돌리기 좋고, 상대를 압박하기도 좋다. 다만 윙백 없는 대형으로 측면 수비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리 윙어가 상대 측면을 압도해 애초에 수비 상황을 최소화해야 하고, 스리백 중 스토퍼들은 활동반경이 매우 넓어 측면수비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너무 모험적인 대형이기 때문에 현대 축구에서 구현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 포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위험부담은 최소화한 2-3-4-1 대형을 선보였다. 선수들의 기량과 대형의 완성도를 모두 고려한다면, 축구 역사상 가장 발전한 팀으로 꼽을 만하다.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토털풋볼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센터백을 사느라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에 수집해 놓은 여러 수비자원을 조합해 막강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스피드의 센터백 네이선 아케와 마누엘 아칸지를 좌우 스토퍼로 배치하고, 미드필더급 기술을 갖춘 센터백 존 스톤스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하는 것이다. 이러면 스리백이 좌우로 퍼져 상대 측면공격에 대응할 때 스톤스가 그 사이로 들어가 자연스레 포백을 만들면서 수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경기 양상에 따라서는 아예 포백으로 전환한 채 한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스톤스의 자리는 바로 선수 시절 과르디올라 자신이 소화했던 위치다. 1990년대 초반에는 발이 느리고 몸싸움도 약한 과르디올라가 위치선정 능력과 정확한 패스만으로 이 위치를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축구의 속도가 빨라지고, 상대 약점을 더 집요하게 공략하는 2023년의 축구계에서 나약한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이 포진을 지탱할 수 없다. 대신 전문 센터백의 수비력과 신체능력을 갖춘 스톤스를 기용하면서 후방에서 버틸 힘을 갖췄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까지 신체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맨시티는 수비력과 공격 전개 능력을 겸비한 선수를 후방에 5명이나 두고 안정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상대팀이 걷어낸 공을 거의 매번 따내 공격진에 전달함으로써 완벽한 경기 주도권을 지속시키는 역할도 한다.
좌우 윙어들을 배치할 때는 득점력도 어시스트 능력도 아닌, 철저하게 사이드 주도권에 중심을 둔 선수 기용을 했다. 측면에는 가급적 '역발 윙어'이면서 볼 키핑 능력이 탁월한 선수를 배치해 상대 측면수비 2명을 끌고 다닐 수 있게 해야 이 축구가 성립한다. 왼쪽의 잭 그릴리시, 오른쪽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이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들이다. 특히 그릴리시의 경우 UCL 공격 포인트가 단 1도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직접 골 상황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1 대 2로 측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이 축구의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그릴리시는 팀내 UCL 최다 선발 출장을 기록 중이다.
3-2-4-1 대형은 3-3-1-3 대형에 비해 자연스런 삼각형이 무수히 만들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10여 년 동안 연구해 온 포지션 플레이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들은 포진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위치를 바꾸는데, 이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점해야 하는 거점들을 미리 정해두고 이에 따라 동료들과의 간격을 유지한다.
현재 맨시티는 맹렬한 압박을 하지 않아도 수비진과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 기회를 시작 단계에서 저지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유지해줄 수 있다. 이를 통해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이 감소했지만 기술과 지능이 탁월한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 팀 플레이 기여도가 낮은 대신 득점력이 탁월한 공격수 엘링 홀란 등을 기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미드필더 개인이 현란한 발재간과 탈압박으로 상대 밀집수비를 헤쳐나갈 필요 없이 공을 순환시키면서 빈틈을 노릴 수 있고, 발재간은 최고가 아니지만 패스와 슛이 최고인 케빈 더브라위너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남은 과제는 결승전을 앞두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것뿐이다. 2년 전에도 이미 맨시티 전술은 완성 단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승전에서 갑자기 선수 구성을 바꾸더니 첼시에 패배한 사례가 있다. 현재 맨시티 전술은 더욱더 각 선수의 특성에 맞게 구축돼 있기 때문에, 한두 포지션만 그릇된 선택을 해도 전체 콘셉트가 붕괴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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