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깡패' 육백마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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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 강원 평창군 청옥산 육백마지기에 샤스타 데이지가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2020.7.4 |
ⓒ 연합뉴스 |
맑은 공기는 물론 산 넘어 산을 보는 넓은 초원의 경관은 굉장히 아름다워 누가 보더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서울 사는 조카가 올 명절 때 와서 육백마지기를 가고 싶다고 해서 다녀오기도 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물었다. "네가 거길 어떻게 아니?" 그랬더니 유명하다고 했다.
입소문 여행지 육백마지기
육백마지기 근처에는 식당과 카페를 비롯, 여행자를 위한 시설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고, 카라반 오토 캠핑장이 생겨 마을 수입이 생기기도 했다. 블로거들이 육백마지기 여행기를 올리면서 검색에 육백마지기 이름만 쳐도 관련된 글이 줄줄이 나왔다.
지난 1999년 'HAPPY 700 평창군 육백마지기 산나물 축제'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마을에서 처음 열린 축제라 주민들은 잔뜩 기대하고 한껏 부풀어 있었다. 나도 축제에 참여해 나물 천국 육백마지기에서 쑥을 뜯었던 기억이다. TV 방송국 취재에 인터뷰까지 하던 마을의 첫 축제는 여러 이유로 3회만에 없어지고 말았다.
이쯤되면 누구라도 발 빠르게 관광 수입과 연계시키는 상품을 기획하기 마련이다. 최근 육백마지기는 여행자들에게 '알프스'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 2022년에는 청옥산 육백마지기 전망대가 '차박 성지'로 알려지면서 3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시골 동네가 들썩일 만하다.
그런데 이젠 동네 핫플레이스를 넘어 전국 관광지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릴 모양이다. 글램핑장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한다.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다.
▲ 육백마지기 겨울 풍경 올해 설 명절에 찍은 사진. |
ⓒ 전미경 |
위 기사에 따르면, 육백마지기 인근인 미탄면 회동리 1-101번지 등 6필지 6926㎡에 야영장을 조성할 계획으로 군계획위원회에서 수정의결되고 이달초 개발행위협의가 완료돼 관리동과 화장실 등 2동 126㎡규모의 건축신고 수리만 남아 있는 상태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환경
나는 가게를 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도 반대해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관광지가 조성되고 여행객이 유입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예전에도 인근 관광지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여름철이면 도로가 꽉 막힐 정도였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한 통을 하루 만에 다 판매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만큼 관광지 조성은 경제를 살리는 상권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엄마는 말씀하셨다. "잘은 모르겠지만 환경이 오염된다면 반대"라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아니어도 날씨 같은 일상의 변화가 환경 때문이라는 상식은 들어서 알고 있는 엄마다.
사실, 이곳도 더 이상 예전의 시골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시골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 곳곳마다 자본주의가 투영되어 있다. 즐겨 찾던 산책로 자리에 아스팔트만 겹겹이 쌓인 도로를 볼 때면 나무숲 우거진 옛길이 그리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밤나무가 사라진 이모할머니 댁은 두고두고 그리울 것 같다.
동강이 흐르는 물줄기 사이 사이에 있던 소나무 숲이 사라져 한동안 우울했다. 뱃놀이하는 소년들의 함성은 더 이상 볼 수 없고, 나룻배로 이동하던 단골 총각도 볼 수 없다. 육백마지기에서 산나물은 뜯지 않고 놀기만 하던 동생들과의 추억도 이젠 먼 과거가 되었다. 산과 산을 넘어 고사리를 꺾던 엄마와의 산행도 그리움이 되었다. 모두 사라져 가고 있다.
경제냐, 환경이냐. 끝없는 논쟁이지만 시골도 더 이상 돈으로 지배할 수 없는 의식의 변화가 왔다. 예전엔 그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 단발성 축제들을 마구 쏟아냈었다. 그저 축제를 위한 축포를 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부할 줄도 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글램핑장 조성을 반대하는 시위를 연다. 격세지감이다.
돈으로 환경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나는 믿고 싶다. 주민들이 지키고 싶은 육백마지기를 보호해 돈보다 자연이 주는 이윤을 얻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육백마지기 숲이 주는 자연의 선한 가치는 제발 마지막 보루로 남겨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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