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평소엔 ‘절친’ 경기장에선 ‘앙숙’, “죽일 듯 경기하고 포옹해요”

김희웅 2023. 5. 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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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문선민 인터뷰
인천·상무서 함께하며 우정 키워
경기 때는 센터백·공격수로 대결
김 “문, 유일하게 포옹하는 선수”
평소 절친한 김동민(왼쪽)과 문선민은 경기장에서 앙숙이 된다.(사진=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형은 경기 끝나고 안는 유일한 선수예요.”

김동민(29·인천 유나이티드)과 문선민(31·전북 현대)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축구계 절친이다. 

2017년 나란히 인천에 입단한 둘은 적이 다른 지금도 가장 많이 의지하는 사이다. 군 생활도 함께하면서 우정을 키웠다. 2019년 12월 문선민이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 입대했고, 김동민이 6개월 후 그의 뒤를 따랐다. 현재는 같이 온라인 게임도 하는 사이라고 한다. 

이렇게 친한 둘은 경기장에서 만나면 ‘앙숙’이 된다. 문선민은 국내 정상급 윙어이자 최고 준족으로 꼽힌다. 웬만큼 빠른 발을 지닌 수비수도 그의 돌파를 막기는 쉽지 않다. 반면 김동민은 ‘문선민 킬러’로 통한다. 기량이 꽃피지 않았던 2019시즌에도 문선민만큼은 완벽히 틀어막았다. 

지난 14일 둘의 맞대결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또 한 번 성사됐다. 김동민은 스리백의 오른쪽 센터백, 문선민은 왼쪽 윙어로 출전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김동민은 최근 물오른 컨디션을 자랑하는 문선민을 거칠게 다뤘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문선민의 돌파를 저지하다가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앙금이 쌓일 것 같이 둘의 대결은 치열했다. 90분 내내 뚫고,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인 끝에 김동민이 웃었다. 인천과 전북이 0-0으로 비겼고, 결과적으로 문선민이 득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과 상무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동민과 문선민은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운다.(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적으로 만나는 ‘절친’, “죽일 듯 경기하고 포옹해요”
경기 후 김동민은 본지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경기 전날 선민이 형이 나를 뚫겠다고 하고, 나는 ‘내가 형 킬러인 것 아냐’고 했다. 선민이 형과 좋은 경기를 하고 추억이 생긴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문선민과 맞대결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김동민은 “선민이 형에게 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 형은 ‘오늘 내가 죽인다’고 생각했다. 볼을 잡을 때마다 바짝 붙기도 하고 말로 속이기도 했다. 볼이 실제로 안 가는데 ‘간다, 간다’ 하면서 멘털을 공격했다. 형과 대결이 재밌다”며 웃었다.

문선민도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김동민과 맞대결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동민이는 항상 그렇게(죽일 듯) 한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나한테는 뚫리고 싶지 않은 것 아니겠나”라며 “동민이는 내 성향과 스타일을 잘 알아서 까다롭다. 아쉽게 인천전에서 골을 못 넣었는데, 어떻게 보면 동민이의 승리”라고 동생의 활약을 인정했다. 

상주와 김천에서 군 생활을 함께한 둘은 1년 가까이 룸메이트였다. 군대에서 우정이 커졌고,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김동민은 “상무에 있으면서 힘들 때마다 라면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했다”며 “경기 끝나고 한 번도 상대 선수랑 안은 적이 없다. 선민이 형은 내가 유일하게 안을 수 있는 선수다. 내게 꼭 필요한 형”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일하게 포옹하는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문선민은 “나도 처음 알았다”면서도 “그만큼 나를 아껴주는 후배”라고 했다. 다만 문선민은 “다음에는 나도 칼을 갈고 경기에 나설 것이다. 내가 (동민이를) 죽여버리겠다”고 더 치열한 다음을 예고했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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