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빼고 다 받았던 ‘미국 현대문학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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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는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했는데 받지 못한 작가로 유명하다.
필립 로스는 최초의 무착륙 단독 대서양 횡단 비행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 항공우편 비행사 린드버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해 소설로 썼다.
유대인인 필립 로스는 평생 유대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필립 로스는 자기 작품을 방어하고 설명하면서, 또 자신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맞서면서 자신의 문학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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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의 책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문학동네는 작가 별세 5주기를 맞아 두 권을 새로 선보였다.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와 2017년 출간된 그의 마지막 책이자 산문집인 ‘왜 쓰는가’이다.
소설은 미국의 전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4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찰스 린드버그에게 패배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실제로는 이 대선에서 루스벨트가 공화당 웬델 윌키를 이기고 3선에 성공한다. 필립 로스는 최초의 무착륙 단독 대서양 횡단 비행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 항공우편 비행사 린드버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해 소설로 썼다.
그가 린드버그 대통령을 상상한 이유는 미국인의 희망이자 우상으로 떠오른 린드버그가 히틀러를 막기 위한 미국의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고 미국의 참전을 종용하는 세력으로 유대인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린드버그는 히틀러를 “위대한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독일제국이 주는 훈장을 받기도 했다.
소설은 린드버그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의 평범한 유대인 가족에게 닥친 비극을 묘사한다. “그때 공화당이 린드버그를 지명했고 모든 것이 변했다.”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공공연히 시행됐다. “루스벨트가 있었고, 미합중국 헌법이 있었고, 권리장전, 신문, 자유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은 갑자기 과거가 돼버렸다.
유대인인 필립 로스는 평생 유대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잘못 뽑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2004년 발표됐고, 2017년 트럼프 당선 이후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방에서 혼자 글을 쓰는 것이 거의 내 삶의 전부”라고 얘기했던 필립 로스. 그에게 쓰기란 무엇일까. 1960년부터 2014년까지 쓴 창작론, 문학론, 서평, 인터뷰, 대담, 연설문 등을 망라한 산문집 ‘왜 쓰는가’에서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그는 서문에서 산문들은 도발을 받아 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동시에 안긴 문제작 ‘포트노이의 불평’을 비롯해 그에게 제기된 여러 논란들에 대해 반박하는 글들이 여러 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이 역겨운 책을 쓰는 것은 역겨워지려는 것이 아니라 역겨운 것을 재현하려는 것이며, 자신의 모든 수완으로 역겨운 것을 드러내려는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또 정확히 무엇인지 밝히려는 것이다.”
필립 로스는 자기 작품을 방어하고 설명하면서, 또 자신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맞서면서 자신의 문학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의 산문은 날카롭고 솔직하며 무엇보다 지성적이다. ‘필립 로스’ 항목의 몇몇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위키피디아에 보내는 편지글 ‘정오표’ 같은 글에서는 세련된 유머 감각을 볼 수 있다. 2012년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한 뒤 쓴 ‘사십오 년 뒤에’와 ‘소설의 무자비한 내밀성’은 노년의 생각들을 들려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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