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찰가…'빅 찬스' 열린 경매 시장
[한국경제TV 양현주 기자]
<앵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경매시장이 반사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낙찰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찾아 나서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이야기 부동산부 양현주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부동산 불황기에 경매 시장이 유독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저도 이유가 궁금해서 아파트 경매시장에 수요자 입장으로 직접 참여해 봤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매 법원입니다.
2회 유찰된 아파트 하나를 잡기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입니다.
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경매 시장의 분위기는 뜨거운 것인데요,
실제로 경매시장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말 5.3명으로 저점을 찍고, 올해 상반기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확실히 분위기가 바뀐 모습입니다. 경매시장에서 특히 어떤 물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바로 '반값 아파트'입니다. <앵커> 반값 아파트요. 아무리 경매 물건이 싸다고 하더라도 실제 반값이 가능한 걸까요? <기자> 가능합니다. 경매시장에 물건이 들어오면 감정가를 책정 받은 뒤 입찰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사는 사람이 없으면 다음 경매에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보통 가격이 20~30% 정도 낮아집니다.
이 과정이 2번 정도 반복되게 되면 소위 말하는 '반값' 아파트가 되는 거죠.
다만 반값이란 건 경매 최저가를 말하는 것이고, 실제 낙찰이 되는 가격이 반값인 건 아닙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는 만큼, 실제론 시세 대비 10~20%가량 저렴한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서 나왔던 영상의 경매 물건의 경우도 감정가 10억 6천만 원이었으나 2번 유찰돼 최저가 약 5억 2천만 원에 경매가 진행됐습니다.
낙찰가는 7억 9천만 원인데, 해당 아파트 현재 시세는 9억 원 수준입니다. 시세 대비 10%가량 싸게 낙찰받은 셈이죠.
<앵커> 그렇다면 이런 아파트 경매시장이 왜 다시 주목을 받게 되는 걸까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나온 급매물이 소진됐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가격이 저렴한 물건이 더 이상 없으니 경매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최근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낙폭을 줄이고 있는데,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매매가 변동률이 지난주 0.04%에서 0.01%까지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매 시장엔 최근 들어서 저렴한 물건이 많이 쌓였습니다.
경매의 경우 통상 감정가가 6개월에서 1년 전에 산정이 됩니다. 지금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의 경우 부동산 침체기였던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감정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여기에 활황기에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감정가가 책정됐던 물건이더라도 여러 번 유찰되면서 가격이 뚝 떨어지는 매물까지 쌓이게 된 겁니다.
또한 최근 대출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물건의 양도 크게 늘면서,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년 만에 2천 건을 돌파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가격이 저렴한 것 외에 경매의 장점은 없을까요?
<기자> 낙찰가가 저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경매가 있습니다.
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있는 물건입니다.
강남과 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매로 낙찰받으면 이 같은 실거주 의무가 없습니다. 바로 임대를 놓을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물건의 경우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이 아니더라도 치열한 경쟁 끝에 낙찰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신통기획 등으로 서울지역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경매 물건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조합원 자격을 갖기 위해선데요.
올해 2월에 최저가 39억 원에 나온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가 46억 1천만 원에 낙찰된 바 있습니다. 3월 실거래가가 45억 9천만 원인데 이보다 높은 금액을 부른 셈입니다.
최근 압구정 재건축 호재가 쏟아지자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 낙찰가를 높게 써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투기과열지구에서 나온 아파트 경매 물건에 참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경매 물건을 내놓은 사람이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고, 개인이나 대부 업체가 아닌 금융기관이 경매에 내놔야 하는 등 조건들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잘 수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경매의 경우 워낙 투자 수요도 많고, 정책·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부동산 매매 시장의 선행 지표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최근 경매 건수 응찰자 수가 늘어나는 걸 두고 부동산 시장 반등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아직까지는 그렇게 볼 순 없겠습니다.
현재 응찰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경매 물건 중 실제 낙찰된 비율인 낙찰률과, 감정가 대비 낙찰가를 나타내는 낙찰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합니다.
가격이 낮은 물건에만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건데요.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반등 신호보단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 관련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주현 /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낙찰률, 낙찰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것은 아직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적인 거지만 2021년도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120%까지 올라갔거든요. 지금은 70% 중반이기 때문에 적어도 80% 90%까지 올라가면 반등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김영석, 영상편집: 이가인, 김민영 CG: 유지민
양현주 기자 h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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