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몬태나주, 내년부터 틱톡 다운로드 막는다

미국 50개주 중 최초…위챗·텔레그램도 제한
주지사 "민감한 개인정보 中에 못 넘겨"

내년부터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이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그레그 지앤포테 몬태나주 주지사(공화당)는 주 의회가 의결한 틱톡 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내년 1월1일 이 법이 정식으로 시행되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앱마켓은 몬태나주 안에서의 틱톡 내려받기(다운로드)를 비활성화해야 한다. 만약 몬태나주에서 틱톡을 다운받거나 틱톡에 접근할 경우, 앱마켓이나 틱톡은 하루 1만달러(약 133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단, 사용자 개인은 처벌받지 않는다.

17일(현지시간) 그레그 지앤포테 미국 몬태나주 주지사가 몬테나주 헬레나 집무실에서 틱톡금지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 연합뉴스]

지앤포테 주지사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늘 몬태나는 주민의 사적 데이터와 민감한 개인정보가 중국공산당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어떤 주보다도 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앞서 주 법무부가 초안을 작성한 틱톡 금지법안은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주 의회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지앤포테 주지사는 법안 통과 후 '외국의 적들'과 연계된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으로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회기가 종료되는 바람에 최종적으로 틱톡만 법적 금지 대상에 올랐다. 대신 그는 오는 6월1일부터 주 정부 소유 장비와 기업체에서 '외국의 적들'과 관련한 SNS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금지 앱 중에는 중국에 본사가 있는 위챗과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텔레그램이 포함됐다.

그러나 틱톡 측과 시민단체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브룩 오버웨터 틱톡 대변인은 "지앤포테 주지사는 불법적으로 틱톡을 금지해 몬태나 인들의 수정헌법 1조상의 권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에 서명했다"며 "우리는 몬태나 주민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생계를 꾸리며, 모임을 찾는 데 틱톡을 계속 사용해도 된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미국 시민자유연맹 몬태나지부와 구글·틱톡 등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넷초이스' 역시 틱톡금지법이 반(反)헌법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법 자체의 실효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앱 사용을 법으로 막는다 해도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을 암호화하는 가상사설망(VPN)을 쓰면 쉽게 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EPA 연합뉴스]

현재 미국의 틱톡 사용자는 1억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2021년 기준 약 3억3000만명인 미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일부 의원과 FBI 등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수년째 틱톡을 안보 위협 대상으로 여겨 왔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 국민의 정보에 접근하거나 친중(親中) 가짜뉴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틱톡은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계속 맞서 왔으나, 최근 바이트댄스의 한 전직 임원은 "틱톡이 중국 정부를 위한 선전 도구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AP통신은 "몬태나주의 틱톡금지법은 법적인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으며, '틱톡 없는 미국'을 꿈꿔온 상당수 의원에게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