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를 처리수·방류수라 쓰는 <조선>·<중앙>의 의도

민주언론시민연합 2023. 5.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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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방송모니터 보고서] 일본 오염수 방류① 보수언론, 감싸거나 내로남불이거나

[민주언론시민연합]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 교도=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방류를 앞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정성 확인을 위해 나흘간의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습니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상황에서 파견되는 시찰단이 제대로 된 검증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염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고 국민 건강, 안전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하고 싶은 모든 정보를 확인하는 중요 계기로 만들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오염수 안전성 평가나 확인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는데요. 해저 터널을 포함한 오염수 배출 설비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우리 측 요청을 일본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져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보도하는 언론의 입장은 확연히 갈리는데요. 후쿠시마 오염수를 부르는 용어부터 그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전하는 언론보도를 살펴봤습니다. 

2011년 3월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를 덮치자, 원전 냉각장치가 고장 났습니다. 차가운 상태로 잠겨있어야 할 핵연료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높은 온도를 방출하며 압력·격납용기를 녹이고, 엄청난 방사성 물질을 뿜어냈습니다. 도쿄전력은 주변 지하수와 바닷물을 끌어다 핵연료를 식히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하루 약 18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쌓인 오염수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본은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에 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해양 생태계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인해 주변국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전 오염수 언론은 어떻게 부르나... 조선일보 '처리수', 중앙일보는 '방류수'

중앙일보 <단독/정부,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용어 변경 검토 착수>(5월 11일 박현주 기자)는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는 공식 용어를 '처리수'(Treated Water)로 바꾸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용어 변경 관련 정부의 최종 결정은" "한국 시찰단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파견 일정 이후가 될 전망"이라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의견이 대두되고, "정부 측에서도 이에 호응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외교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용어를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는데요. 중앙일보 보도가 오보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정부보다 앞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다른 단어로 바꿔 표기하는 언론들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표현하는 언론사별 용어차이
ⓒ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일본 정부 입장과 같이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조선일보 <IAEA·미는 "후쿠시마 ALPS 처리수" 중·북은 "핵오염수" 러는 "방사성 물">(5월 12일 김은중 기자)은 IAEA와 일본·미국·영국·유럽연합은 'ALPS 처리수', 중국·북한은 '핵 오염수', 대만은 '핵 폐수', 러시아는 '방사성 물', 태평양도서국포럼은 '핵폐액'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며 "오염수로 부를지 처리수로 부를지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정부보다도 앞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보도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외신은 '오염수'·'방사성 물'·'폐수'

경향신문 <'정화 처리' 강조하지만…삼중수소 등은 '제거 불가'>(5월 11일 이정호 기자)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에 접촉한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처리수라는 표현을 왜 한국이 써야 하느냐 반문"이 나온다며 "과학적으로 봐도 현재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지상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의 66%는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현재 지구에 있는 어떤 정화기술을 써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오염수에서 제거할 수 없"어 "바다에 방류되는 순간까지도 오염이 완전히 '처리되지' 않는"데 "깨끗하다'는 이미지를"주는 '처리수'라는 표현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영국 BBC와 미국 CNN,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선 대체적으로 '오염수(contaminated water)' '폐수(wastewater)'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이라는 표현도 쓴다"며 '처리수'는 "오염을 감추기 위한 술수"라는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BBC는 '오염수(contaminated water)', CNN·글로벌타임스·뉴욕타임즈는 '폐수(wastewater)'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미국의 ABC News는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이라 표현하고 있었는데요.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treated but still radioactive water'(처리했지만, 여전히 방사능이 있는 물)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방사능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오염된 물'을 감추기 위해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언론은 비판해야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오히려 앞장서 다른 단어로 포장하고 있는데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직결된 만큼 언론의 적확한 용어 사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체르노빌 방사능 측정한다고 매일 전투기 띄웠던 일본의 내로남불
MBC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직후부터 1996년도까지 10년 동안 일본 4대 일간지(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에서 '체르노빌(チェルノブイリ)'이 들어간 약 4000개의 기사를 살폈는데요. MBC <알고보니/일 체르노빌 땐 어땠나…일본 신문기사 4천 개 들여다봤다>(4월 23일 전준홍 기자)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직후 일본은 "방사능 먼지가 제트기류를 타고 일본 상공에 떠내려 올 가능성이 있다"며 매일 "하늘에 전투기를 띄워 방사능 먼지를 채취"하고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해 정보 공개도 강력하게 요구"하며 선제적 조처를 했습니다. 이어 "방사능 안전 기준치를 강화"해 검역을 강화하고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통관에서 줄줄이 반환했습니다.
 
 러시아 핵폐기물 방류로 분노한 일본 상황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전한 MBC(4/23)
ⓒ MBC
 
동아일보 <사설/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 안전 실질 검증이 관건>(5월 8일) 역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 일본은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 사고 지점에서 수천 km 떨어진 프랑스산 버섯 등까지 수입을 불허한 바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 정보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핵폐기물 투기 당시 필사적으로 막은 일본의 모습을 보도한 JTBC(5/12)
ⓒ JTBC
 
JTBC <일, 30년 전엔 필사적으로 막았다>(5월 12일 박상욱 기자)는 1993년 당시 핵잠수함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버리려는 러시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던 일본 정부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강하게 반발하며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적 약속인 런던 협약의 내용도 바꾸며 러시아를 막았"는데요. JTBC는 그런 일본이 지금은 "스스로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이중 잣대의 위선"이라며 한국 정부가 시찰을 통해 "왜 일본의 방류를 돕는 일을 하"냐고 되물었는데요. "일본의 이번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 협약에도 어긋"난 만큼 "우리가 일본의 방류를 막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감정 소모 아닌,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
조선일보 <한삼희의 환경칼럼/일 오염 처리수, 국제 검증 결과 보고 판단할 일>(3월 15일)은 "후쿠시마 방류수"는 태평양에서 "희속돼 삼중수소 영향은 의미 없는 수준이"되고 우리 원전도 "후쿠시마 방출 예정량의 10배를 일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과도한 감정 소모는 나에게도 피곤한 일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일본이 오염 처리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그 사람과 내가 지속적으로 부대끼며 관계를 유지해 가야 하는 입장이라면, 점잖게 충고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상종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삿대질하는 것도 신중치는 않은 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 우려가 과도한 감정 소모라는 조선일보의 일방적인 주장에도 공감하기 어렵지만, 과거 국민 안전을 위해 일본이 취했던 행동과 비교했을 때, 우리 국민의 걱정이 과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8000㎞ 떨어진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에도 일본은 매일 전투기를 띄웠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거리는 겨우 1000㎞ 남짓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은 우리 바다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합니다. 언론은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한 보도에 힘써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2월 15일~5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빅카인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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