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우는 것도 습관? 바람둥이들의 공통점 [별별심리]

전종보 기자 2023. 5. 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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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상철 화백
바람둥이의 대명사 자코모 카사노바는 ‘나는 여인을 사랑했으나 진정 사랑한 건 자유였다’는 희대의 망언(妄言)을 남겼다. 그가 죽은 지 200년도 더 됐지만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들은 지금도 있는 듯하다. 정확히 말하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만연하다. 두 명, 세 명을 동시에 만나는가 하면, 한 번으로 모자라 두 번, 세 번씩 반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이들도 있다. ‘바람은 습관’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닐지 모른다.

◇원시사회부터 이어진 ‘바람’… 복합적 원인 작용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바람의 기원은 무려 원시사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사회는 생존과 번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생존하기 위해 사냥을 했으며 종족 번식을 위해 아이를 낳고 길렀다. 일부일처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배우자가 사냥을 제대로 못하면 자녀와 생존하기 위해 다른 배우자를 찾았고, 끊임없이 다른 배우자와 자녀를 낳으면서 종족을 번식시켰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런 ‘생존 본능’, ‘종족 번식 본능’이 지금까지도 인간에게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원시사회와 달리 오직 본능 때문에 바람을 피우진 않는다. 여러 심리와 성격,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실제 바람둥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확인된다. 과도한 나르시시즘(자기애)이 대표적이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엄연한 바람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거나, ‘나는 그래도 된다. 괜찮다’고 생각해버린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적 태도다.

◇지나친 의존·열정적 사랑에 대한 집착 위험
바람을 피우는 사람 중에는 의외로 의존 성향이 강한 사람도 많다. 이들은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항상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은 지나치게 의지하는 걸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의존적인 사람은 새로 의지할 상대, 다정한 상대를 찾아 떠난다.

열정적인 사랑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 또는 상대의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다. 중년층보다는 젊은 층에서 잘 나타나는 특징이다. 중년층의 경우 지난날에 대한 보상 심리, 부족해진 정서적 교감이 원인이 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열정적인 사랑만 좇다보면 사랑에서 신뢰로 변해가는 과정을 식었다고 받아들인다”며 “열정적인 사랑이 사랑의 전부가 아님에도 그것만을 추구하고 계속해서 열정을 찾아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람은 중독, 시작도 말아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격상 늘 원하는 게 있고 지금 만나는 사람과는 어떻게 해도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매번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특히 바람을 피운 후 만족감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습관처럼 바람을 피우게 될 위험이 높다. 새로운 상대를 만났을 때 쾌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역시 한 번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면 중독 질환을 치료하는 것만큼 고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곽금주 교수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습관이 될 수 있고, 쾌감을 얻으면 중독될 수 있다”며 “바람을 피워서 원하는 감정이 채워져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다시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또 바람을 피운다”고 말했다.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좋은 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바람피우는 습관을 고치려 드는 것보단 애초에 바람을 피우지 않는 게 좋다. 어쩌다 본능에 이끌린다면 득과 실을 따져보도록 한다. 마음이 뜨거워질수록 머리는 차가울 필요가 있다. 특히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보통의 경우, 잠깐의 유혹에 넘어가 얻게 되는 달콤함은 ‘득’, 그 외에 모든 건 ‘실’이다. 곽 교수는 “처음 시작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올바른 일인지 따져보면 된다”며 “잠시 착각할 수 있지만, 바람이라고 해서 결코 더 대단하거나 달콤한 사랑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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