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좋은 운동? 나쁜 운동? - 2편 [척추건강에 대한 굳이 시시콜콜한 이야기]
허리가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운동 편
활동 능력의 기준인 '쇠약'을 9단계로 분류하면, 운동이라는 격한 활동이 가능한 단계는 사실 건강한 처음의 두 세 단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4~5단계 정도가 되면 활동량의 감소와 함께 근육량 감소, 우울감, 인지 기능 등이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여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성적인 건강 악화의 계단을 내려가게 된다. 척추는 몸의 중심에서, 이러한 악화 과정의 가장 앞에 서 있다.
척추가 만성적 쇠약의 가장 앞에 서 있다는 필자의 생각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허리의 통증 하나만 놓고 봤을 때, 허리 질환은 선진국 사회에서 이환(아픈 상태)의 원인 중 4위에 위치한다. 가장 앞이라고 하기엔 다소 낮은 순위로 보일 수 있으나 1위에서 3위까지의 질환은 협심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직접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다 보니 이환 기간으로 평가하면 허리통증 하나만으로도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른 원인보다 더욱 많이, 사람들은 결국 허리가 약해져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해 결국은 심한 쇠약에 이르게 된다. 건강한 삶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척추와 그 주변의 근육을 건강하게 지켜야 하는 이유가 되겠다.
이전 시간에 달리기가 척추 건강을 지켜주는 운동이란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 지었었다. 사실 한번 진행된 척추의 노화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론이다. 실제로 운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거나 쇠약해진 사람에게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노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조금이라도 운동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가볍게라도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음이 점차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자주 피곤하고 조금 무거운 정도라면, 더 늦기 전에 움직이자. 반년 정도의 관리로 10년 더 젊어진 활동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달리기는 왜 허리에 좋은 것일까?
첫째로, 허리를 꺾지 않은 상태에서 추간판에 균일하고 압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추간판도 일종의 관절과 인대 구조로, 자극에 대해 점차 커지고 단단해지는 능력이 있다. 사용하지 않은 허리보단 규칙적으로 단련된 허리가 강도 측면에선 당연히 더 단단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련이 신경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대칭적이거나, 회복보다 손상이 빠른 경우라면 노화가 진행되게 된다. 대부분의 운동은 허리의 회전이나 굴곡, 신전을 동반하기에 이러한 비대칭적 손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든 '꺾게' 되는 경우 추간판에 부분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은 매우 커서 회복능력 이상으로 손상을 불러오기 쉽다. 척추의 중립자세인 기립자세에서 추간판과 허리의 균일한 자극이 가해지는 운동이라 하면 달리기가 대표적이다.
중립 자세를 이야기하자면 척추에 좋다고 하는 신전 자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필자는 실제로 신전 운동이 좋다는 말에 신전자세를 과하게 유지하다 오히려 그로 인한 요통을 경험한 환자를 가끔씩 보곤 한다. 물론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허리에 아주 나쁜 자세이기 때문에, 신전에 신경 쓰는 것은 허리건강을 위해 적극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든 '꺾는' 것은 생체역학 원리상 관절에 무리를 주는 행동이다. 뿐만 아니라 신전자세가 추간판 탈출증 환자에서 추간판의 손상부위를 서로 닿게 해 주어 회복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결국 추간판의 등 쪽 방향 수핵에의 강한 압박을 수반한다. 달리기의 경우는 달린 직후 일정 시간 동안 추간판을 위아래로 균일하게 눌러주고 유지해 주며, 이 높이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추간판의 높이와 수분함량까지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관찰 증거까지 있다. 꺾지도 않고, 추간판의 회복에 대해서도 더욱 우수한 것이 바로 달리기 운동인 셈이다.
둘째로, 달리는 것은 코어 근육을 유지하고 키워준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을 떠올릴 때, 우리는 잘 발달한 허벅지 근육과 두꺼운 팔, 든든한 어깨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코어 근육이 대체 어떤 근육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생각하면 명확한 실체를 떠올리지 못한다. 사실 코어근육은 해부학적으로 굉장히 광범위한 근육들을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기능적으로는 매우 이해하기 쉽다. 결국 척추와 골반의 움직임과 안정성에 관여하는 근육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리기는 매 순간 코어 근육들은 척추와 골반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쉼 없이 일하게 만든다.
셋째로, 유산소 운동은 그 자체로 매우 건강하다. 땀나고 숨차서 귀찮고 힘들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단한 걷기 운동을 선호하지만, 사실 땀을 흘리지 않으면 운동의 목적을 반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땀을 흘린 유산소운동은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혈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청소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 수준에서 우리의 몸을 더욱 젊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렇게 달리기는 우리의 몸과 척추 건강을 더 건강했던 시기로 되돌려준다.
우리 모두는 결국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 뜀을 뛰게 될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이란 사실도 모른 채. 스스로 몸이 무겁고 힘들지만 아직 건강에 큰 이상이 없고 아직 운동이 무리라는 진단이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땀을 흘리고 달려보자. 우리의 마지막 뜀이 바로 오늘이라면 분명 더 오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고자: 가자연세병원 박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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