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518기념사 '통합→민주주의 위협에 투쟁' 수위 변화

작년 '국민 통합'강조했다면 올해는 '항거' 강조
자유민주주의 정부 기조 동참 호소하며
野전유물이던 5·18정신·호남 지지 확보 차원 풀이
대통령실 관계자, 野원포인트 개헌 주장에 "전체주의 세력 꼼수"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연속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했다. 첫해는 5·18민주화운동을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로 규정하고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면 올해는 자유민주주의 위협 세력에 대한 '항거'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범,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등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과감히 맞선다는 정부의 기조에 동의를 구하고, 이에 동참하지 않는 야권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진보 진영이 전유해온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호남의 지지를 정부·여당이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우리가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 정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국민통합의 주춧돌",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통합을 강조한 것에 비해 발언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안팎의 도전에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오월의 정신을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야당을 향해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고 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야당의 텃밭이던 호남의 지지를 정부와 여당으로 끌어오기 위한 취지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 방미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한 워싱턴 선언·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측은 '글로벌 호갱 외교', '정신승리'라고 칭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대만 문제 관련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두고도 민주당이 '자해 외교'라고 평가절하하며 대립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자유와 창의, 그리고 혁신을 통해 광주,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완성된다"며 "저는 광주와 호남의 혁신 정신이 인공지능(AI)과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받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대해 "북한 처참한 인권 실상 눈감으면서 개인 자유와 인권 무시하는 전체주의 권위주의와 손잡는 세력이 자유 인권의 5월 정신을 비리로 얼룩진 국면 돌파용으로 쓰는 꼼수는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