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버리러 갈 때도 모델 워킹으로 걸어요"

아이-뷰 이현주 2023. 5.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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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모델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이들... 한국미즈시니어모델협회 선발대회도

[아이-뷰 이현주]

 왼쪽부터 성은미, 김영미, 김경미, 주윤정, 김보애, 강희신, 이시현씨
ⓒ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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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인천 영종도에서 7명의 여성이 반란을 꿈꾸고 있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워킹을 하고 턴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모델이다. 살아온 길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시니어모델을 꿈꾸는 이들이다.

영종 국제도시에 모델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지난 2022년 4월 문을 연 '한국미즈시니어모델협회'는 비영리 모델단체다. 미즈(30~49)와 시니어(50세 이상) 모델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협회는 오픈 이래로 많은 수강생을 배출했다.

현재 이곳에서 모델수업을 받는 7명의 평균나이는 57세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다. 그녀들에게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열정만 있을 뿐이다.

7명의 시니어 여성들, 밤마다 반란을 꿈꾸다

한국미즈시니어모델협회를 운영 중인 링커스 대표 이서진씨는 "문화시설이 전무한 영종도에 시니어들의 희망을 주고 싶었고 이곳에 모델협회를 연다고 했을 때 모두 비웃었다"며 "제 꿈은 집에만 있는 전업주부들의 제2인생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고. 모델이라는 놀잇감으로 노년들의 인생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헤드헌팅 사업과 화장품사업 등으로 성공을 이뤘다. 늦은 결혼 후 시험관 아이를 갖기 위해 2년간 노력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잘 나가던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온 사업 실패로 우울증이 찾아왔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눈뜨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아프면 찾아올 자식도 없는데...라는 생각에 점점 우울감이 깊어졌습니다."

그때 이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이 모델학원 광고였다. 강남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다녔던 모델학원에서 그녀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또래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고 어울리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영종도는 특별히 즐길 문화공간이 없다 보니 저처럼 우울감이 많은 주부들이 있겠더라고요. 그들을 집에서 탈출시키고 싶었죠. 늦은 나이에도 얼마든 무대에 설 수 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무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니어 여성들이 한두 명씩 찾아왔다. 이 대표는 교육을 이수한 시니어모델들을 탈모약, 염색약 등의 기능성 약 모델과 요실금 기저귀 등 실버제품을 홍보하는 모델 그리고 의류모델로 나눠 양성할 예정이다.

나도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면...
 
 수강생들이 다양한 워킹 방법을 배우고 있다
ⓒ 이현주
수업을 받으로 온 김영미씨(53, 하늘도시 거주)는 지난 4월 한중문화패션쇼에 시민모델로 나갔다가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모델 일을 시작했다.

"원래 제가 60킬로가 넘었었어요. 모델 워킹을 배운 후 걸음도 고치고 살도 빠지고 몸매도 많이 예뻐졌습니다. 주변에서 예뻐진 비결을 물어보실 때 정말 즐거워요."

김영미씨는 초등학생들에게 모델 워킹과 자세를 알려주는 방과 후 강사로 일하고 싶단다.

의류모델이 꿈인 주윤정(57, 하늘도시 거주)씨는 직장인이다. 주변에서 시니어모델을 추천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델 워킹을 배운 후 활력도 생기고 삶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집 앞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배운 워킹연습을 이용해서 우아하게 걸어요. 비록 쓰레기봉투를 들었지만 이웃들은 저를 쳐다보면서 멋있다고 얘기해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 턴도 한 바퀴 보여드립니다."

김경미(61, 하늘도시 거주)씨는 전직 유치원 원장이다. 소심한 성격을 고쳐보고자 모델학원 문을 두들겼다.

"아이들 다 키우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등록을 했습니다."

김경미씨는 평소 옷을 개성 있게 입고 다녀서 주변사람들이 '패셔니스타'라고 부른단다. 그는 부천대 시니어모델 양성과정 수업도 들었다.

"남편의 권유가 컸어요. 집에만 있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김씨는 모델수업을 들은 이후에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는 말도 보탰다. 

"1주일에 2회 수업을 듣는 이 시간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누군가가 인생을 24시간으로 비유하더군요. 24시의 반은 12시죠. 12시를 50세로 본다면 60세는 오후 2시경이 되겠죠? 식사 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활기차게 오후를 시작하는 시각이 아니겠어요? 저 역시 즐겁게 오후시간을 즐기는 여생을 살고 싶어요."

그는 시니어 모델대회 참여도 꿈꾼다.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 만약 모델로 발탁이 된다면 남은 시간은 누구의 아내, 누구 엄마가 아닌, 인간 김경미 석 자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강희신(59)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꿀 피부를 지녔다. 부천 요양보호사 직업학교를 운영 중인 그녀는 모델 수업을 받기 전, 사람들로부터 뒤뚱거리며 걷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남편의 적극적 권유로 모델 워킹을 배웠어요. 굽어있던 허리가 펴지고 자세가 교정이 되면서 지금은 곧은 걸음걸이를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외모적으로도 세련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너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자세 콤플렉스도 고치고 갱년기로 쪘던 살도 빼서 주변서 예뻐졌다고 칭찬받고 있단다.

"현모양처 말고 악처 되려고요"
 

170cm의 이시현(52, 하늘도시)씨는 (사단법인) 한국여성문화재단 인천시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호기심으로 등록했다.

"워킹을 배운 후 평소에도 만 보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만보를 걷자 머리가 맑아지고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더라고요."

워킹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그녀는 워킹 전도사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걷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얌전한 그녀지만 무대에 서면 자신도 모르는 끼가 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모델하면 세련미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지적인 이미지와 세련미를 가진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성은미(51)씨는 하늘도시에 4달 전에 이사 왔다. 직장생활을 하는 틈틈이 모델워킹을 배우고 있는데 너무 즐거워서 수업을 손꼽아 기다린다.

"저는 지금의 제 나이가 너무 좋아요. 아이들 다 키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나이죠. 지금부터 10년간 꾸준히 모델 일을 한다면 훗날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요?"

"모델 일로 수입이 생겨서 남편한테 큰소리치며 용돈을 주고 싶다"는 그는 "아이들에게도 당당한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보애(58, 하늘도시 거주)씨는 애들도 다 크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지역 맘 카페서 우연히 모델수업 홍보를 접했다.

"제 머릿속에는 100세 인생을 살 텐데, 앞으로 살 30년 동안 무엇을 하며 즐겁게 살다 갈지가 화두였습니다. 수업을 듣다 보니 30년을 시니어 모델로 살아보는 것도 즐겁겠다 싶네요."

모델 워킹을 하면서 몸매 관리를 하다 보니 주변서 예뻐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젊은 시절 꿈은 현모양처였어요. 이제는 독립적인 나로 사는 악처가 되고 싶네요."

7명의 수강생들은 모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원했다.

이들은 그동안 남편과 자식들을 무대 위 주인공을 만들기 위한 어시스턴트만 해왔다. 때로는 식구들의 코디네이터, 로드매니저가 되어 가족들을 뒷바라지해 왔다. 이제는 그녀들이 당당히 주인공이 될 차례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걸고 런웨이에 설 것이다.

한편 '한국미즈시니어모델협회'는 '2023IFEZ미즈&시니어 모델선발대회'를 개최한다. 지역 미즈모델과 시니어모델을 양성해서 지역 기업과 손잡고 지역 특산물이나 기업 홍보에 나설 생각이다. 기업은 지역 소비자인 모델을 이용해서 마케팅을 하고, 모델들은 수입이 생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예정이다.
 
 한국미즈시니어모델협회를 운영중인 이서진 대표
ⓒ 이현주
 
 자세 교정인 모델들
ⓒ 이현주
 
■ 2023 IFEZ미즈&시니어 모델선발대회

[예선]
○ 일시 : 2023년 5월 30일(화) 오후 1시-5시
○ 장소 : 인천시 중구 하늘달빛로 88 7층 링커스
○ 지원대상 : 남녀모두 미즈부분(30-49세), 시니어부분(50세 이상)

[본선]
○ 일시 : 2023년 5월 30일(화) 오후 4시-7시
○ 장소 : 골든튤립인천공항호텔&스위트
○ 접수방법 : linkuss88@naver.com으로 자기소개 프로필과 전신사진 첨부해 송부
○ 수상자 특전 : 상품 수여와 패션쇼 또는 공모모델 기회제공
○ 참가문의 : 1688-8067 010-5671-1005

글· 사진 이현주 i-View 객원기자 o7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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