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中감방 끌려가 3년 지났다…유명 여성 앵커 미스터리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가 뇌물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앞날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3년 전 중국에 구금된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48)의 사연도 재차 관심을 받고 있다.
1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가 중국 본토에서 체포돼 구금된 지 1000일이 훌쩍 지났다.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활동을 한 혐의"로 2020년 8월 중순부터 그를 구금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청레이의 남자친구인 전 중국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닉 코일은 최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청레이의 혐의가 여전히 미스터리이고 왜 이런 취급을 받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중국 당국을 향해 가능한 빨리 청레이를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1975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10살 때 부모를 따라 호주 멜버른으로 이민을 간 호주 시민권자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을 졸업한 뒤 2002년 중국중앙(CC)TV 앵커에 합격했다. 이후 미국 CNBC로 이직해 상하이 특파원 등으로 근무하다 2012년 CCTV 영어방송 채널 앵커로 복귀해 활약해왔다.
명보는 "청레이는 해외에 국가기밀을 불법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2021년 2월 공식 체포됐고 지난해 3월 베이징 법원에서 비공개 재판을 받았으나 지금까지 어떤 판결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주재 호주 외교관이 매달 정기적으로 30분간 청레이를 면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지난 9일 중국 당국에 청레이의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전하고 청레이와 가족의 만남을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청레이가 중국 반체제 인사인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을 접촉했다고 전했다. 양헝쥔은 광저우에서 2019년 1월 체포돼 2020년 10월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5월 비공개 재판을 받았지만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청레이의 구금은 호주와 중국이 코로나19 기원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던 중 벌어졌다. 호주 정부는 자국 시민권자인 양헝쥔과 청레이의 구금에 반발했지만 그간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중국이 '인질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2018년 12월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를 체포하자 중국은 자국에 있던 2명의 캐나다인을 붙잡아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다 2021년 9월 캐나다가 멍 부회장을 석방하자 중국도 바로 두 캐나다인을 풀어줬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중국과 호주 간 고위층 교류가 잇따르는 등 양국 관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청레이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CMP는 지난 12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7월 호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친 부장의 호주 방문은 지난해 12월 호주 웡 장관이 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데 대한 답방 형식이다.
호주의 코로나19 기원 조사 주장과 그에 따른 중국의 대호주 무역 보복으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5월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취임하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앨버니지 총리가 6년 만에 정상회담을 한 후 양국 고위층 교류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무역 제재도 서서히 풀리는 기미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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