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0건' 급발진…사고 조사 의무화 법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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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국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례 총 316건(한국교통안전공단). 이 가운데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한 의원은 "현행 법체계 하에선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말 그대로 피해자만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라며 "본 법안을 통해 급발진 사고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자동차 제조사의 사고 원인 입증 책임을 강화해 피해자만 고통받는 악순환의 꼬리를 끊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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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사고 잦지만 일반인 입증 힘들어
'제조사 입증 책임 강화' 요구 커져
2015년 이후 국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례 총 316건(한국교통안전공단). 이 가운데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는 여러 차례 벌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기계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 여부를 가리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 전문 지식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가 보유한 핵심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급발진 의심 사고로 10대 손자를 잃은 노인이 형사 입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의심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 잃은 할머니, 형사 입건
사고는 지난해 12월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벌어졌다. A(68)씨가 12살 손자를 태우고 SUV를 운전하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손자가 숨졌다. 당시 운전대를 잡고 있던 A씨도 사고로 크게 다쳤으나, 그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해 조사받아야만 했다.
유족들은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눈물로 호소했다. 숨진 손자의 부친인 이상훈씨는 지난 3월2일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손자를 죽이려고 운전한 할머니가 어디 있겠나"라며 "사고 영상을 수십 번 보면서 도현이가 왜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왜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규명하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의심 사고 연간 10~50건…실질적으로 규명은 힘들어
급발진 의심 사고는 차량이 정지, 혹은 느린 속도로 출발하던 중 갑자기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높은 출력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관련 의심 사고는 316건 벌어졌다. 연간 적으면 10여건, 많으면 50건 가까이 나타난다.
문제는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원고에 있다. 즉 의심 사고 피해자가 기계 결함을 입증해 이를 근거로 자동차 제조업체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부품에 대해 잘 모르고, 사고와 관련한 핵심 정보에 접근하기도 힘든 일반인이 규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를 조사할 때 사고기록장치(EDR) 내 자료를 참고하지만, EDR 또한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지난 3월 YTN 인터뷰에서 "EDR 결과는 사고 충격 5초 전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라며 "EDR 결과지는 객관적인 상황과 배치되는 게 많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고 저도 그렇다"라고 했다.
"제조사 입증 책임 강화해 악순환 끊어야"
이런 가운데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의무적으로 조사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8일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현행 법체계 하에선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말 그대로 피해자만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라며 "본 법안을 통해 급발진 사고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자동차 제조사의 사고 원인 입증 책임을 강화해 피해자만 고통받는 악순환의 꼬리를 끊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성능시험대행자가 의무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사에 필요한 시설, 장비 및 비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원해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의 입증 책임도 강화된다. 제조사는 의심 사고 발생 시 사고에 관련된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만일 이에 불응하면 자동차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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