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에 계약 해지도 불사…전국 곳곳서 공사비 갈등

곽재민 2023. 5. 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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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에 믹서트럭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최근 시멘트 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운송료까지 크게 오르면서 레미콘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양주 삼숭구역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13일 정기총회를 열고 현대건설과 체결했던 MOU 및 공동사업협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삼숭구역 사업은 양주시 삼숭동 187-47번지에 600가구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MOU를 맺으면서 단지명은 ‘힐스테이트 양주 센트럴 포레’로 계획됐다.

당초 지난 3월 착공해 2025년 7월 입주 예정이었던 삼숭구역은 현대건설이 계약 당시보다 약 25% 늘어난 3.3㎡당 643만원을 공사비로 요구하자 조합은 시공사를 교체하려 하고있다.

조합 측은 해지 안건 의결과 동시에 쌍용건설을 시공예정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함께 의결했다. 쌍용건설은 3.3㎡당 400만원 후반~500만원 중반대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늘어났는데 조합 측이 난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엔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이사회를 열고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시공단이 2년 전 계약(3.3㎡당 445만원) 때보다 49%(3.3㎡당 661만2000원) 늘어난 공사비를 요구하면서다. 조합원 분담 비용이 인당 2억원 가까이 늘면서 조합측은 대의원회와 총회를 거쳐 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동아 재건축 현장도 DL이앤씨가 2017년 3.3㎡당 474만원이었던 공사비를 78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건설사들이 사업조합에 인상된 자잿값을 공사비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면서 공사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는 사례가 잇따른다.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건설사가 기존 계약서에서 정한 공사비 인상률에서 벗어나 무리한 증액을 요구한다”며 “건설사의 요구를 다 받으면 조합원 1인당 추가 부담금이 수억원씩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약금 정산 문제와 시공사 재선정에 따른 착공 지연 등의 부담을 무릅쓰고 조합이 건설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려는 것”이라며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 증가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등 원가 인상 등을 공사비 증액 배경으로 꼽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아졌지만, 대형 건설사의 부동산PF금리는 연 12%까지 오르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 인부들이 건자재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철근 등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로 2년 전(124.35) 대비 약 20% 상승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t당 60만원 선이었던 철근 가격이 지난해 140만원까지 올랐고 최근엔 90만원대”라며 “인건비도 평균 30% 이상 올라 고통 분담을 조합측에 읍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를 증액한 건설사 관계자는 “평당 공사 비용 외에 부대 토목공사와 시공사의 지급보증이나 이자 비용 등 각종 지표를 기반으로 어렵게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다”며 “협상 과정에서 제안액보다 크게 낮춰 증액은 했지만, 공사 비용이 너무 올라 앞으로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건축 30년 초과 아파트 앞에 안전진단 추진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원자잿값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건설사도 출혈경쟁보다는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전부 유찰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도 롯데건설이 단독 참여해 2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의 경우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데 선별 수주 현상이 심화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이란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공급 계획 수립 등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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