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7과 '식량안보' 공동문서에 이름 올린다…"러 견제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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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 부른 러시아 조준
앞서 NHK, 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일본이 8개 초청국(한국·인도·인도네시아·호주·브라질·베트남·쿡 제도·코모로)도 참여하는 식량 문제 관련 공동 문서 발표를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8일 중앙일보에 "아프리카 등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식량 상황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내용을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협력 의지를 다지는 내용을 골자로 의견이 조율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서엔 우크라이나 농업 재건, 식량 공급망 다양화 등도 함께 담길 전망이다. 사실상 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지난 14일 "식량 안보는 확대 회의 세션의 주제로 여러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된 식량, 에너지 위기에 대해 집중 토의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국제 식량 안보에 기여해온 바 관련 발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중·대러 입장 분명해지나
한국 정상이 초청국 자격으로 G7에 참석하는 건 지난 정부 때인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이후 2년만이다.
2년 전 한국은 G7 회원국과 초청국 등 참가국 전체가 합의한 ‘열린 사회 성명’(Open Societies Statement)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성명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보편적 가치를 앞세워 우회적으로 견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인권과 민주주의 등에 대한 각국의 약속을 나열한 뒤 "우리는 상기 약속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성명 발표 직후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특정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에 대한 견제란 해석에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당시 외교가에선 "중국의 심기를 살펴 G7 결과물과 거리를 두는 한국의 태도가 자칫 국제사회와의 약속에 대한 진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의 본격적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번 회의에선 최소한 '식량 안보'에 대해서는 보다 원칙적 입장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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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식량 무기화' 움직임
러시아는 에너지에 이어 식량을 사실상 '무기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자국의 곡물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반발하며 '흑해 곡물협정'에서 탈퇴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협정은 가까스로 만료 직전 2개월 연장됐지만, 러시아가 언제라도 식량을 무기화 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전세계로 확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달 23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G7 농업장관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곡물과 비료 가격 급등 등 세계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이 발표됐다. 또 우크라이나 농지에 묻힌 지뢰 제거, 러시아군이 파괴한 수로와 창고 등 농업 시설 복구, 농가 자금 조달 지원 등도 함께 결정됐다.
외교가에선 G7농업장관회의에 이어 G7 정상들이 이번 회의를 통해 전후 우크라이나의 재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다음달 21~22일 영국 런던에서는 영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전쟁 이후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재건 플랜'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재건 사업에서 각국이 어떤 위치를 확보하느냐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별개로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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