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손준성에 유리한 엉터리 증언, 언론 선별적 보도

제출 증거 위변조 정황, 큰 파장?... 정작 반대신문에서 해당 증언 탄핵

[김종훈 기자]

▲ 2020년 4울 10일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 텔레그램 n번방 근절 대책 TF 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n번방 피해신고센터 포함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는 모습. ⓒ 남소연

 
[기사 보강 : 18일 오후 5시 37분]

일부 언론이 지난 15일 열린 '고발사주' 의혹 재판에서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파일 중 일부가 위·변조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 증인의 주장만 부각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언론은 "큰 파장이 예상된다" "향후 재판에서 이 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등의 평가를 내놨는데, 정작 반대 신문 과정에서 해당 증인이 문제점을 인정한 발언은 보도되지 않았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해당 공판 녹취를 분석한 결과다.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 측이 요청한 증인인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이아무개씨는 지난 15일 "증인은 (조성은씨의) 휴대전화 이미지 파일 등을 포렌식했다. 분석해보니 임의로 수정된 파일이 있었나"라는 손준성 검사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장의 파일 속성 구조가 임의로 수정된 것을 발견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어진 공수처 측의 반대 신문에서 검사가 '정보저장 이미지 절차를 거쳐서 이미지 파일을 설치하고, 이후 수사기관에서 선별하고 이미징 절차를 다시 거친다,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이아무개씨는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원본이 아니다'라고 했던 거다. 이 부분은 이번에 알게 됐다"고 답했다. 

<문화일보>와 MBN은 이아무개씨와 손준성 검사 변호인 측 사이의 발언만 다뤘다. 이는 조성은씨 제공 증거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지고, 피고인 손준성 검사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조성은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18일 통화에서 "처음 대검찰청 감찰부와 모든 수사기관에 제공한 휴대전화와 사진들은 원본과 정본을 다 드렸다"라고 반박했다. 

조성은 증거 문제 제기한 포렌식 전문가 증언,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배석판사 류의준·이종욱)는 공무상비밀누설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의 12차 공판기일에서 오후 피고인 손 검사 측 증인으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이아무개씨를 불렀다.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이씨는 법정에 출석해 '조성은씨가 제출한 제출 자료 중 한 장의 파일 속성 구조가 임의로 수정된 것을 발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제보자 조씨가 김웅 의원과의 대화 내역 중 자신이 발신한 메시지 3개를 삭제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위·변조 된) 파일이 들어있는 것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증거물로 인정받으려 했다는 건 아쉽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손준성 측 변호인 : "(화면) 좌우를 보면 조성은이 김웅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파일을 수정한 거다. 왼쪽에 세 개 텍스트 있었는데 조성은이 보낸 부분을 보면 삭제가 됐다. 맞나?"

이아무개씨 : "그렇다. 세 개 메시지가 삭제됐다."

(중략)

변호인 : "1차 고발장 10쪽 파일 속성구조가 임의로 수정된 것으로 포함해 이 사건에서 여러 가지 파일 수정된 것으로 확인한 후 포렌식 전문가로서 무슨 생각을 했나?"

이아무개씨 : "김웅과 대화를 세줄 삭제한 것도 그렇고, 지금 보여드린 수정이 가해진 파일들에 대해서 어느 포렌식 전문가도 봐도 확인가능한 부분이다. 그런 걸 봤을 땐 처음 나온 말이 '왜 이렇게 해 놨지', '왜 정상적이지 않은 파일을 만들어 놨지'였다. 이런 파일이 들어 있는 걸 수사기관에 제출해 증거물로 인정받으려 했다는 건 아쉽다는 생각은 했었다."

같은 증인의 또다른 발언 "선별한 것 재압축 보관, 그건 몰랐다"

그러나 증인 이아무개씨는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공수처 검사의 '이미지 파일을 선별하고 이를 이미징화 하는 것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번에 알았다"라고 답했다. 자신이 앞서 제기한 수정 및 변조 의혹이 처음부터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주장했음을 인정한 거다.

공수처 검사 : "선별된 전자정보 이미징 다시 거치는 거 알고 있나? 정보저장 이미지 절차 거쳐서 자체 이미지 파일 설치하고 이후 수사기관에서 선별하고 이미징 절차 다시 거친다. 알고 있나?"

이아무개씨 : "다시 선별해서 이미징 한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원본이 아니다'라고 했던 거다. 이 부분은 이번에 알게 됐다."

재판부도 이 지점을 짚어 증인에게 관련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아무개씨는 "(공수처) 검사가 이야기했듯 선별한 것을 다시 압축해서 보관한다고 하니까, 그건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다"라며 "문제라고 봤는데 그건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조성은씨 제출 자료의 신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16일 기자들에게 "제보자 조성은씨가 이미 대화 내용이 지워진 것, 지워지지 않은 것들을 모두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2022년 1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의혹으로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고발사주'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을 통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최강욱 의원을 비롯해 범여권 정치인과 MBC와 <뉴스타파> 기자 등을 피고발인으로 포함하는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고발장을 전달받은 김웅 의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재전달하며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등의 당부를 했다. 조씨가 받은 메시지에도 '손준성 보냄'이라는 출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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