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선 김기현-이재명…손 안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5·18 광주 민주화운동 43주년인 18일 여야 지도부가 광주에 집결했다. 하지만 양당은 이날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싣는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5월 정신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역사이자 자산”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5월 정신을 계승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우리 당의 진심이 훼손되거나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5월 정신 앞에 정치는 있을 수 없다”며 “숭고한 희생을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의 정치적 전유물로 여겨선 안 된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우리는 광주의 과거를 공유하고, 거기에 기초해 광주의 미래도 공유하고자 한다”며 “5·18 정신을 지역발전의 에너지로 삼고, 지역 숙원사업에 늘 관심을 기울이고 대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지도부를 포함해 소속 의원 90명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정부 기념식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제 행사에 이어, 이날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43년 동안 보수 정부는 ‘학살의 후예’임을 입증하듯 끝내 ‘5·18 부정 DNA’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권도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의 핵심 인사가 앞장서 망언을 쏟아내며 국민과 광주 시민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망언을 일삼은 정부·여당 인사에 대한 엄정한 조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라며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5·18 민주화운동을 부마항쟁, 6·10 민주항쟁과 함께 헌법 전문에 명시한 헌법이 만들어지면 5·18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그늘을 빛으로 비춰 밀어낼 수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이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건 최근 ‘코인 논란’으로 위기에 봉착한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정부·여당에 ‘불통’ 이미지를 덧씌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지난 2일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를 언급하며 “규모가 크냐 작냐를 떠나서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삶, 목숨을 빼앗는 그런 일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5월 정신의 계승을 말하지만, 국가폭력이 국민의 삶을 해치는 일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그것은 모두 공염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은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주장에 대해 “불리한 정치 상황을 덮으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개헌을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 ‘원포인트 개헌’을 말하는 건 개헌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 나란히 앉은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때 서로 손을 잡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광주=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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