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고지서 시한폭탄’, 교회를 덮친다

장창일,손동준 2023. 5. 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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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나자 높은 이율에 두 번째 전기·가스요금 인상까지." 연이어 몰려오는 물가 인상 소식에 교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연초 한 차례 인상된 연료(전기·가스)비가 지난 16일 재차 오르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직면했다.

연료비 인상 소식을 접한 교회들은 때 이른 무더위가 야속하다.

노숙인들을 위한 급식을 하는 교회들은 가스비 인상으로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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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무더위 “에어컨 켜는 손가락이 떨렸다”
코로나 월세 지원 때처럼 고통 나누는 관심 요구도 커
전기요금이 16일부터 ㎾h당 8원 올랐다. 가스요금도 MJ당 1.04원 인상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꽃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뉴시스

“코로나19가 지나자 높은 이율에 두 번째 전기·가스요금 인상까지….” 연이어 몰려오는 물가 인상 소식에 교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연초 한 차례 인상된 연료(전기·가스)비가 지난 16일 재차 오르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하고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나란히 현재 요금보다 5.3% 인상된 셈이다. 매달 30만원의 관리비를 내던 상가교회가 1만59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지만 연이은 고정비 상승은 규모가 작은 교회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연료비 인상 소식을 접한 교회들은 때 이른 무더위가 야속하다.

경기도 용인의 A교회 B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17일 올해 들어 처음 에어컨을 켰는데 솔직히 손가락이 떨렸었다”면서 “우리 같은 상가교회들도 임대를 위한 부채가 있어 매달 이자 부담에 연료비까지 상승하면 고정비가 늘어 부담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132㎡(40평) 넓이의 상가를 임대하고 있는 교회는 매달 관리비로 50만원 가량을 내왔지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는 “교회학교 간식비를 좀 줄여 보려 한다”면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의 사랑방인 경기도 의정부 하늘샘교회(전웅제 목사)는 평일 오후 2시부터 다섯 시간 동안 피시방과 보드게임, 코인노래방 시설을 갖춘 지하 카페 공간에 청소년들을 초청한다.

평소에도 전기 사용량이 많다 보니 최근 연료비 인상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모이는 공간이 지하여서 매일 제습기를 틀어야 하고 여름에는 에어컨 가동을 중단할 수도 없다. 교회는 이달부터 월세도 20만원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전웅제 목사는 “아이들 간식을 줄이거나 문 여는 날을 단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재정 압박이 사역 위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지금처럼 아이들을 환대하는 사역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노숙인들을 위한 급식을 하는 교회들은 가스비 인상으로 허덕이고 있다.

서울역에서 무료 급식 사역을 하는 사단법인 나누미(원장 김해연)는 가스요금 인상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밥차에서 사용하는 20㎏짜리 LPG 가스통 가격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식자재를 보관하는 대형 냉장고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다.

후원으로 유지하는 사역이다 보니 고정비 상승은 사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해연 원장은 “연료비만 오르고 있을 뿐 후원은 그대로라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는 게 쉽질 않다. 어떻게 다 감당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전했다.

당분간 연료비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 작은 규모의 교회들은 외부의 지원이 없이 생존하는 게 쉽질 않다.

경기도 용인의 B목사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상가교회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교회연합단체나 대형교회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장창일 손동준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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