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지지가 원동력'…보수진영의 5·18 DNA 변천사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그 자체"
與, 김재원 중징계하며 '퇴행' 원천 차단
핵심 지지층으로 청년층 등장하며 변화 추동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2년 연속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유공자들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의 어머니'들과 손을 잡고 함께 기념식장에 입장했으며,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었다. 이는 이전 보수정부가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면서 DNA가 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도 변화에 적극적이다. 18일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김기현 대표는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헌신하셨던 민주 영령들의 안식과 명복을 빌고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5월의 정신 앞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5·18 헌법 전문 수락에 반대하겠다"는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징계 자체도 무거웠지만,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을 봉쇄한 조치로 정치적 사망선고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더 이상 국민의힘 내에서 '5·18 폄훼'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나아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 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입장"이라며 "그 뜻을 잘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5·18 민주화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써 정통성을 인정받게 된 것은 보수정부의 공이었다. 김영삼 정부 당시 특별법을 제정해 민주화운동으로 정의하고 기념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광주를 방문해 민주화 영령들의 희생을 기리며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럼에도 잊을 만하면 당내 일각에서의 '망언'이 반복되며 그 진정성을 의심받아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사례처럼, 강성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개인 정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 "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 "종북 좌파들이 5·18을 이용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온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여기에는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끊어내지 못했던 지도부 탓도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전부 대동하고 현직 대통령으로서 2년 연속 광주를 찾으면서 이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전 국민을 향해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수진영의 이 같은 변화는 20대 청년세대가 지지층의 한 축으로 등장하며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과 3~4년 전 국민의힘은 선거연령 인하에 부정적일 정도로 청년층 표심과 멀리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후반기와 서울시장 재보선 등을 거치며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대선에도 영향이 컸음은 물론이다. 전날 5·18 전야제에 김병민 최고위원,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하며 호남 표심 공략에도 청년정치인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날 5·18 기념식을 마치고 시간을 내 광주·전남 청년들과 만난 김기현 대표는 "(광주 민주화 운동) 43주기인데, 2030 청년들은 당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여러분들이 해야할 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켰던 정신을 토대로 호남을 전국적으로 잘 살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북돋웠다.
호남이 고향인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보통 광주·전남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하면 당원은 없고 반대 시위만 난무했는데 지난번에는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느냐"며 "호남도 분명 변하고 있고, 특히 20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5·18에 대한 존중과 지역 발전의 비전을 보여준다면 전국의 청년들처럼 얼마든지 우리 당 지지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태원·노소영 세 자녀 전원, 이혼 소송 재판부에 탄원서 제출…내용 알려지지 않아
- 윤대통령 지지율 40% 돌파…국민 46.9% "한일 정상 위령비 공동 참배, 좋은 결정" [데일리안 여론조
- 국민 57.9% "김남국 의원직 사퇴해야"…이재명 대표 사퇴 여부는 팽팽 [데일리안 여론조사]
- 평택시 내년도 국·도비 예산 확보에 역량 집중
- '文정부 감찰무마 폭로' 김태우, 강서구청장직 상실…징역형 집유 확정
- "이재명 구하기용" 공세에…민주당, '김건희 특검' 추동력도 떨어지나
- "'신의 사제' 비유 앞에선 '차은우보다 이재명'도 애교였구나"
- 김혜경, '선거법 위반' 1심 판결 불복해 항소
- 헤어질 결심?…뉴진스, 민희진 부르고 팀명 ‘버릴’ 의지 표명하고 [D:이슈]
- 잘 만났다! 팔레스타인…홈 무승부 굴욕 씻고 8부 능선 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