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뢰 '홍상어' 쏘자 기름띠 떴다…北잠수함 잡는 이지스함 훈련
“세계 최고의 세종대왕함을 위하여”
“우리는 하나다”
지난 16일 부산 인근 가덕도 동방 해역.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CCC)에선 이 같은 함구호와 함께 요원들이 작전에 돌입했다. 함장을 필두로 모든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더니 모니터 속 미상 발사체의 항적을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해군의 대탄도탄 작전의 한 장면으로 이날 훈련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요원들은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의 활동 정보를 입수한 뒤 CCC 내 디지털 시계의 시간을 맞췄다. 초 단위로 진행되는 작전에서 시간 오차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北 미사일 궤적 뚫어져라 응시 “과하다 싶을 만큼 반복해야”
경계와 교전태세 단계를 높인 데 이어 “전투배치”와 함구호를 외치고 본격 준비태세를 갖추자 이윽고 모니터에 미상 발사체 2발이 떴다. CCC 대형 화면에는 발사 원점, 고도, 속도, 탄착 추정 지점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세종대왕함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이루는 스파이(SPY)-1D 레이더가 원활히 가동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들 미사일은 레이더 탐지 고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더 이상 포착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CCC 요원들은 미사일의 마지막 비행거리를 공군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에 전송하면서 대탄도탄 작전 임무를 마쳤다. 이는 한·미 군 당국이 추가 분석하는 북한 미사일의 기본 정보가 된다.
이 같은 훈련은 가상 시나리오에 따른 반복 과정이지만 언제나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해군 측은 강조했다. 해군 관계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발사부터 탄착까지 3~5분이면 상황이 종료된다”며 “짧은 시간 진행되는 만큼 요원들간 호흡도 중요해 과하다고 할 만큼 반복·숙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北 잠수함 격침까지 이어진 훈련
훈련은 SLBM의 발사 수단이 된 잠수함을 잡는 데까지 나아갔다. 세종대왕함 인근 수중 미식별 물체가 포착되자 CCC 내부엔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종대왕함은 우선 인근 해역의 P-3 해상초계기를 해당 지점으로 유도했다. 그 순간 P-3 해상초계기 운용 요원은 “스탠바이(Stand-by), 드랍(Drop), 나우(Now), 나우(Now), 나우(Now)!”라고 외쳤다. 휴대용 소나인 소노부이를 떨어뜨려 음파로 북한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지스구축함에 실려있는 링스 해상작전헬기도 가세했다. 링스는 20~30m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줄로 연결된 형태의 디핑소나를 바다 밑으로 내려뜨렸다. 이를 통해 상대가 얼마나 깊숙이 위치해있는지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 사이 북한 잠수함은 어뢰 공격으로 맞섰다. 세종대왕함은 이를 음향대항체계(TACM)로 대응하고 전속력으로 회피 기동했다. TACM은 일종의 기만 어뢰로, 음파를 통해 적 어뢰를 엉뚱한 곳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후 링스는 세종대왕함의 지시를 받아 국산 경어뢰 청상어를 바다 속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명중에는 실패했다. 세종대왕함은 2차 공격에 국산 대잠유도무기 홍상어를 내세웠다. 홍상어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세종대왕함 수직발사 시스템(VLS)에서 뿜어져 나가 바다로 투하됐다. 북한 잠수함 격침 증거로 수중 폭발음과 해상에 떠오른 부유물, 그리고 기름띠가 보고되면서 훈련은 마무리됐다.
군 당국은 한·미·일 군사 공조가 북한 탄도미사일과 SLBM 대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군은 현재 3척의 이지스구축함 중 1척을 동해에 띄워 작전 중인데, 여기에 미·일 이지스구축함이 가세하면 더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대잠전에 활용되는 해상 초계기의 경우 일본은 110대 이상을 보유했지만 한국은 16대에 불과해 3국 공조에 이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인 1침대, 3인실 갖춘 도산안창호함…내년 첫 여성 승조원 맞이
이어 지난 17일 경남 창원 진해구 잠수함사령부에선 지난해 실전배치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의 내·외부가 취재진에 첫 공개됐다. 해군은 국내 독자 설계·생산된 도산안창호함의 강점으로 기존 해군이 운용 중인 장보고급, 손원일급 잠수함에 비해 은밀성이 대폭 강화된 점을 우선 꼽았다. 마스트 부분의 ‘이중탄성마운트’로 소음을 흡수하게 만들었고 '음향무반향코팅재'를 외부에 씌워 다시 한 번 소음을 줄였다. 모의 훈련 중 손원일급 잠수함이 포착할 수 없을 정도의 은밀성을 뽐냈다고 한다.
해군은 또 잠수함 내부 거주구역을 설명하며 손원일급보다 공간이 커져 장병 근무 여건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부사관이 사용하는 10인실, 5인실과 장교가 사용하는 3인실 등 격실을 처음 갖추면서 1인 1침대를 배정했다. 손원일급에서 여전히 3명이 2개 침대를 돌려가며 쓰는 데 비하면 나름의 진전인 셈이다. 내년 해군 역사상 처음 탄생할 여군 잠수함 승조원들은 도산안창호함 3인실 중 하나를 사용하게 된다.
해군의 이번 이지스구축함 훈련과 도산안창호함 내·외부 공개는 현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3축 체계에서 해군의 역할과 해상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의 요격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해군은 향후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을 도입하면서 SM-6 장거리 함대공유도탄을 탑재할 계획이다. 해군 관계자는 “도산안창호함 등 잠수함 전력은 대량응징보복 체계(KMPR), 선제타격 개념인 킬 체인(Kill Chain) 능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부산·창원=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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