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추격할라, 美·日 양자컴퓨터도 동맹…구글·IBM 2000억 지원
미국과 일본 대학 연구진이 매섭게 기술적 진전을 이뤄내고 있는 중국에 맞서 '양자컴퓨터'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구글·IBM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2000억원 상당의 연구비도 투입할 예정이다.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활용해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처리하고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이다. 미·일이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은 중국이 집중 투자하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추격을 물리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와 일본 도쿄대가 양국 정부의 관심 속에 양자컴퓨터 공동 연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IBM은 1억 달러(약 1332억원), 구글은 5000만 달러(약 666억원)를 기부할 계획이다.
공동연구 서명식 장소도 상징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담 개최지인 일본 히로시마(広島)에서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번 협력은 양자컴퓨터 기술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2030년을 목표로 한 국가전략구현 6대 프로젝트에 '양자 굴기(崛起)'를 명시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정보과학 국립연구소까지 세웠다.
국가 차원의 투자도 막강하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기술에 투자된 전 세계 공적자금 300억 달러(약 39조원) 중 절반을 중국이 차지할 정도다.
특히 중국은 '군·민 융합'을 내세우며 암호화, 무기재료 등 군사적 응용에 무게를 두고 양자컴퓨터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셈이다.
이와 관련, 연구의 한 축인 도쿄대의 아이하라 히로아키(相原博昭) 부총장은 "중국의 양자컴퓨터 기술은 베일에 싸여있다"며 "중국은 매우 강력한 경쟁자"라고 WSJ에 말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기술이 천문학적인 분량의 데이터를 동시다발로 처리해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빠르게 푸는 '꿈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인체 단백질 등을 원자 단위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며 "실험실에서 6개월 걸릴 일을 하룻밤에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일 연구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10년 안에 10만 큐비트(qubit)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자 컴퓨터가 계산할 때 기본 단위인 큐비트는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좋다.
2019년 구글은 53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당시 구글 측은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릴 문제를 3분 만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IBM은 지난해 11월 433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했으며, 올해는 1000큐비트, 2025년엔 4000큐비트 이상의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중국의 공룡 IT 업체 바이두(百度)가 지난해 공개한 양자컴퓨터 '첸스(乾始·우주의 기원)'는 10큐비트 정도의 처리 능력을 가졌다. 아직은 미국과 기술적인 격차가 큰 셈이다.
이번 공동연구는 지난해 7월 공학자 출신인 후지이 데루오(藤井輝夫) 도쿄대 총장과의 오찬에서 도쿄대 양자컴퓨터 연구에 관해 들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미국 기업이 후원하는 공동 연구를 하자"고 제안하며 가시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매뉴얼 대사는 WSJ에 "첨단 기술 연구를 위해 미국은 (일본 등) 동맹 국가들에 더욱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사전 > 양자 컴퓨터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다.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꿈의 기술'로 불린다. 양자컴퓨터 개념은 1982년 미국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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