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장금쪽이? MZ세대 유감
[이정희 기자]
세대는 Z에서 갈린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 글을 쓰는 기자가 영어를 배울 때만 해도 Z를 제트라고 읽었다. 근데 어느새(?) 그 제트가 지가 되었다. 요즘은 엠제트 세대라고 하지 않고 엠지 세대라고 한다는데, 이런 데서 벌써 '격세지감'을 느낀다.
밀레니엄이니 X세대니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발음조차 달라진 MZ세대의 시대란다. 그런데 지금이야 과거 유물같은 X세대이지만, 그들이 젊은 세대일 때, 세상은 그들을 변종 돌연변이처럼 대했다. 그런데 요즘 방송에서 MZ세대를 대하는 걸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새로 시작한 <낭만닥터 김사부 3>에 등장하는 장동화(이신영 분) 이야기이다.
헬기까지 띄우며 해경 함정으로 탈북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웅장하게 포문을 연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 이 새로운 시리즈에서 매회 트러블 메이커로 등장하는 게 바로 장동화 선생이다. GS(일반 외과) 전공의 3년 차의 이 젊은 선생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 낭만 닥터 김사부 3 |
ⓒ sbs |
해경 함정까지 날아간 서우진(안효섭 분), 정인수(윤나무 분), 장동화 선생 등 현장은 살벌했다. 총상으로 인해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중년 남성, 그런데 함정에 있는 처치실은 그저 덩그러니 방 한 칸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우선 지혈을 위한 응급 수술을 하고, 이어 쓰러지고 만 젊은 폐결핵 환자 케어 등등 전쟁같은 시간을 보내고 병원으로 돌아온 돌담병원 식구들. 그런데 총상 환자는 이제 다시 2차 수술을 해야 하는데 어시(assistance)를 해야 할 장 선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자신이 근무해야 할 시간을 초과한 장 선생이 퇴근을 한 것이다. 근무 시간이라는 정해진 규정과, 그것을 넘어 눈 앞에 닥친 상황, 그럴 때 장 선생은 자신의 권리라며 퇴근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최근 우리 사회가 이른바 MZ세대라고 불리우는 젊은 세대와 갈등을 빚는 주요한 사안이다.
드라마는 장 선생이 해야 하는 '어시'를 김사부가 함으로써, 장 선생의 태도를 암묵적으로 비난한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그 시각 장 선생은 쉬러 간 게 아니라, 피시방에 가서 게임 삼매경이다. 중요한 수술을 놔두고 피시방에 가서 게임이나 하는 개인주의자, 이렇게 드라마는 MZ세대 장동화의 캐릭터를 설정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소개에서 장동화를 '장금쪽이'라고 표현한다.
당연히 자신을 던지는 또 다른 젊은 세대 서우진에게 장동화 선생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러던 중 스키 점프대에서 연습 중 다친 환자가 등장한다. 서우진 선생을 비롯한 응급실 의사들이 진단을 했는데도 도무지 아픈 데를 찾을 수가 없다. 서우진 선생이 내린 진단명은 '꾀병', 당연히 코치는 꾀를 부린다며 환자를 꾸짖는다. 그런데 장동화가 말한다. 힘든 거 같으니 링거라도 맞고 잠시 쉬고 가게 하면 어떨까라고. 전문의 3년 차의 고달픔이 이입된 거였을까.
서우진은 일언지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며 환자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환자는 진짜로 점프대에서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온다. 다리를 잃을 수도 있게 된 상황, 장동화는 서우진에게 반발한다. 그때 좀 쉬게 해달라 하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그 이후로 장동화는 사사건건 서우진의 지시에 어깃장을 놓는다. 빌라 방화 사건으로 환자들이 들이닥치고, 그 가운데에서도 방화범으로 지목된 할머니 수술에 서우진과 김사부가 혼신의 열의를 다하자 장동화는 그게 못마땅하다. 즉 장동화 입장에서는 앞서 금메달까지 받은 국가대표 선수보다 방화범 할머니를 더 신경쓰는 듯이 보였던 것이다.
사사건건 서우진 선생에 대해 반발하는 장동화 선생, 결국 김사부의 눈에 띄고 수술실 출입 금지를 당하게 된다. 장동화 선생은 김사부에게 따진다. 김사부는 '서우진 선생 편'이냐고. 그러자 김사부는 세간에 화제가 된 그 영상처럼 모처럼 자신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며 장동화에게 호통을 친다. 네가 하는 태도가 잘못됐다며, 서우진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지금 네가 보이는 건 '이의'가 아니라 비아냥이고, 감정적인 태도 아니냐고.
드라마는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마무리지었을까? 장 선생이 방화범이라고 생각했던 할머니는 사실 방화범을 막으려고 했던 피해자였다. 사람을 가리냐고 했던 서우진에게 따졌던 장동화가 옹졸했던 것이다. 심지어 서우진은 이 상황이 종료 후, 장동화가 서우진에게 반발했던 처지에 대해 너가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걸 말해주어 고맙다고 한다. 머쓱하고 후회하게 된 장동화......
드라마는 이렇게 젊은 장 선생의 후회와 반성을 통해 젊은 세대의 자기 중심주의와 경솔함을 말하고자 한다. 그런데 감정적인 건 장동화 선생일 뿐일까?
근무 시간이 지났다고 퇴근해 버리고 게임을 하는 젊은 세대라니, 근무 시간이 지나 퇴근을 하는 건 정해진 규정 아닐까. 외려 그 시간을 넘어서도 일을 해야 하면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당장 2차 수술을 해야 한다라고 드라마는 설정을 했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일로 인해 사생활을 미루는 건, 그 이전 세대의 전형적인 사고 방식 아닌가. 그리고, 당장 2차 수술을 해야 하고 일손이 부족한데도 퇴근을 한다는 거를 넘어, 그 후에 게임이나 하고 역시 이른바 전형적인 기성 세대의 시각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퇴근을 한 후 게임을 하건, 뭘 하건 그건 개인의 사생활이니 말이다. 외려 게임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윗세대들이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붙어 리모컨 운동을 하듯이 말이다.
무엇보다 김사부와 장동화 선생의 에피소드에서 거슬리는 건, '누구 편이냐?'는 장동화 선생의 말이다. '누구 편'이냐 따지는 건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사고 방식 아닌가 말이다. 지금도 이 사회를 누구 편인가를 놓고 나누고 가르고 있는 게 누군가 말이다. 그런 어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외려 젊은 세대들이다.
드라마는 기성세대의 사고 방식으로 MZ 세대에게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게 아닐까. 근무 시간이 끝나면 퇴근을 하고,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할 일을 선택하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입장이다. 그런 젊은 세대에 대해 <낭만닥터 김사부 3>는 중요한 일을 놔두고 자기 것만 챙기고, 한 치 눈앞도 보지 못하는 데다 감정적인 게 젊은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낭만이 혹 '열정 페이'는 아닐까라는 의혹이 생긴다. 그런 낭만이라면 젊은 세대들은 당연히 'NO, Thank you'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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