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서특필된 한상혁 발언, "검찰이 형사소송법 원칙 어겨"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심사 점수를 보고 받은 뒤 "미치겠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명시한 검찰 공소장이 형사소송법 원칙을 위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 수정을 요구했다'고 의심해 수개월간 수사를 이어갔지만, 공소장에는 '점수수정 개입'과 관련된 혐의는 담기지 않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상호 기자]
▲ 청사 나서는 한상혁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5월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
ⓒ 연합뉴스 |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주장한 한 위원장의 주요 혐의는 TV조선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재승인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바꾼 것이다.
국회 등에 제출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지난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담당 공무원과 통화를 하면서 했다는 발언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점수를 보고받은 한 위원장이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했다는 것. 지난 15일 쏟아져 나온 언론의 보도들도 한 위원장 '공소사실'보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렸다.
검찰 "한상혁, TV조선 재승인 기준 넘자 '미치겠네'" <연합뉴스>
TV조선 재승인 점수 높게 나오자, 한상혁 방통위원장 "미치겠네" <조선일보>
TV조선 높은 점수 받자, 한상혁 "미치겠네"…檢 공소장 보니 <중앙일보>
그러나 이 발언은 검찰이 한 위원장에 제기한 공소사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 수정을 요구했다'고 의심해 수개월간 수사를 이어갔지만, 공소장에는 '점수수정 개입'과 관련된 혐의는 담기지 않았다.
한 위원장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쓴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한겨레>는 "한 위원장 변호인이 '그런 일들이 없었다는 것을 세세하게 의견서에 담아 재판부에 이미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선 한 위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인 '공소장 일본주의'는 혐의 사실 이외에 사실을 적어 재판부에 피고인이 유죄일 것 같다는 심증을 갖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상고심을 선고하면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공소장은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만을 간략히 쓰는 것이 기본인데, 한 위원장 발언 등 마치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듯이 공소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기재했다"면서 "이렇게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까지 자세하게 공소장에 적시할 경우, 판사로 하여금 부정적인 예단을 갖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한 위원장의 발언은 혐의 사실의 배경으로 봐도 아주 미약한 배경"이라며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내용은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려는 판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이고, 공소장 일본주의에 명백하게 반하는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발 하라리가 받은 충격... 인공지능이 위험한 3가지 이유
- 계엄군이 5.18 민주화운동 주인공? 보훈처 홍보물 비판 쇄도
- 5·18 묘역 입구 "윤석열 퇴진" 구호... '헌법 수록' 요구 시위도
- '김건희 논문' 본조사 연장한 숙대 "종료 시점 언제일지 몰라"
- 세금 1억 쓰지만 내용은 비공개... 대구 공무원들의 '화끈한' 취미생활
- 공부 못하는 학교? 모멸감을 어쩌려고 이럽니까
- 기억할 것을 기억하는 일, '아사히 맥주 품절'을 넘어
- 자전거로 대만 환도, 드디어 최남점에 도착하다
- "일산에선 어떤 마약이 제일 잘 나가요?" 채팅창에 물었더니
- 박지원 "윤석열의 G7 참석, 일본의 오염수 방류 들러리 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