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회가 예배에 올인하는 이유?…“예배 대상이 하나님이니까요”
2021년 교회 개척, 1년여 만에 예배자 2000여명 모여…이중 청년이 90%
성경에서 다윗만큼 찬양에 ‘진심’인 인물은 없을 것이다. 유대 변방에 있던 하나님의 법궤를 옮겨올 때도 그랬다.(삼하 6:13) 다윗은 법궤를 멘 행렬이 여섯 걸음을 뗄 때마다 소를 잡아 제사를 지냈고 왕의 체면도 잊은 채 뛰놀며 찬양했다. 소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피가 낭자한, 낭만과는 한참 거리가 먼 환경에서도 온 힘을 다해 찬송하는 다윗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이가 있다. 최근 ‘여섯 걸음’(규장)을 펴낸 원유경(43·사진) 포드처치 목사다.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16년간 목회한 원 목사는 ‘다윗의 예배를 우리 시대에 재건하려는 예배자의 행렬’을 꿈꾸며 2021년 포드처치를 세웠다. 교회명인 포드는 ‘다윗의 행렬’을 뜻하는 영어 ‘퍼레이드 오브 데이비드’(Parade Of David)의 줄임말이다. 책 제목 역시 다윗의 제사법에 착안해 지었다.
책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등 주요 온라인서점 종교 부문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여섯 걸음’이란 영적 행렬에 참여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한 그를 지난 17일 이메일로 만났다.
목회자 자녀인 원 목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경배와 찬양’ 수련회에 참석하면서 예배 인도자의 꿈을 품었다. ‘예배에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한 그는 기도로 소명을 확인하는 한편 호주 힐송콘퍼런스 등 국내외 예배 사역 현장에도 두루 참여한다. 이후 힐송콘퍼런스에서 만난 이들의 소개로 온누리교회 찬양팀에 합류하면서 그의 예배 사역은 본격 시작된다.
서울여대 졸업 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에서 목회학 석사를 마친 그는 온누리교회에서 예배 인도자를 거쳐 교역자, 전임 목회자로 차근차근 활동 반경을 넓혔다. 고(故) 하용조 목사는 그의 예배 인도를 높이 평가하며 여러 사역에 중용했다. 하 목사는 “원유경 전도사가 강단에 서면 언제나 예배에 반전이 일어난다” “내가 생각하는 A급 예배 인도자는 원 전도사”라며 그를 격려했다.
원 목사가 예배 인도자에서 목회자로 선회한 데는 사역자를 찬양팀 리드싱어로만 여기는 당시 교계 분위기도 한몫했다. 원 목사는 “예전엔 경배와 찬양 순서를 ‘준비 찬양’이라고 부르며 일종의 ‘영적 워밍업’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며 “찬양을 마치면 으레 사회자가 종을 치고 예배 시작을 선언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찬양은 예배가 아니었나’란 의구심이 들곤 했다”고 전했다.
설교뿐 아니라 찬양과 기도도 예배의 주요 요소며, 최선의 예배를 위해선 이 세 가지를 모두 공들여야 한다는 예배 철학을 세운 그는 ‘예배 장인’(worship artisan)이란 개념을 창안한다. 복음의 메시지가 선명한 예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탁월한 예배를 위해선 여러 분야의 숙련된 장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예배에 예술적 창의성, 기술뿐 아니라 고도의 정성이 필요한 건 우리의 예배 대상이 하나님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교회가 예배에 정성을 들이고,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을 키우는 데 전적으로 올인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가 주창한 예배 장인의 개념은 포드처치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포드처치는 여타 교회에서 보기 힘든 ‘예배 아트디렉터’가 있다.예배에 예술을 입히는 사역을 한다. 여기에 각 분야 전문가인 성도들이 동참해 설교 주제에 맞춰 예배 공간을 구성하고 퍼포먼스·영상 등 콘텐츠를 기획한다. 교회는 평신도로 사역에 참여하는 이들이 생계에 대한 부담 없이 예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예배에 공들인 이런 노력은 폭발적 부흥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2021년 설립된 포드처치는 1년여 만에 예배자 20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모임이 금기시된 코로나19 시기에 이룬 성장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다. 독특한 건 성도의 90%가 청년이란 점이다. 교회는 현재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매주 4차례 주일예배를 드린다.
MZ세대를 대상으로 부흥을 이룬 비결을 묻자 원 목사는 “하나님의 임재란 본질에 집중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 앞에선 세대 구별이 무의미하다”며 “특정 세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아닌, 충만한 임재에 대한 전략적 추구가 매주 예배를 준비하는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단지 예배자이고 메신저일 뿐 소통 전문가나 청년세대 전략가는 아니”라며 “그럼에도 포드처치가 청년층에 호응을 얻은 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실력 있는 전문가가 매주 예배를 위해 헌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 목사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길 바란다”고 했다. 무엇보다 “예배에 올인하는, 다윗의 ‘여섯 걸음’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여섯 걸음을 함께 걷는 다윗의 행렬이 우리 시대에도 재현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후배 여성 사역자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책에는 기독교계의 유리천장을 은연중 느낀 일 등 여성 사역자로 겪은 어려움이 나온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집중하다 보면 한계라고 느껴지는 문제도 성숙함에 이르는 돌파의 지지대가 된다”며 “자신도, 한계도 잊고 본질만 의식하라”고 주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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