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로 변신한 신종자본증권....증권가 발행도 '순항'
[한국경제TV 오민지 기자]
<앵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이자나 배당을 주지만 동시에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어 하이브리드 증권이라고도 불리죠.
지난해 말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번복하면서 신종자본증권 시장이 주춤했는데요.
올해 다시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이 시장에서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고금리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 권리인 콜옵션을 미이행하겠다고 밝혔다가 입장을 다시 번복하면서 시장이 출렁였습니다.
만기는 없지만 투자자들은 발행사가 통상 5년 뒤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매수하는데 이런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면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시장 우려감이 커진 겁니다.
하지만 올들어 DB생명, 한화생명, 부산은행 등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조기 상환하면서 투심이 일정 정도 회복했고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은 미뤄왔던 발행을 재개하고 시장은 완판으로 화답하고 있어서입니다.
교보생명은 지난 4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완판을 기록한 이후 기존 3000억원 규모에서 5000억원으로 발행을 늘렸습니다.
채권 투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신종자본증권 보유잔고도 1천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김명실/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예를 들어서 국민은행, 하나은행 이런 금융사들의 크레딧 리스크는 굉장히 낮다고 보기 때문에 만기가 영구채임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영구채니까 높고 대신에 크레딧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채 대비해서는 높고 그런 것들 때문에 개인들의 수요가 증가한 것 같아요.]
최근 부동산PF 등으로 위험액이 커진 증권사들에게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카드는 매력적인 자본 조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PF 채무보증으로 위험액이 대거 늘어난 KB증권은 지난 8일 1,200억원 규모로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원리금 상환 의무가 상각되는 은행 신종자본증권과 달리 보험사와 증권사의 신종자본증권은 투자자들이 콜 미이행의 리스크만 고려하면 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집니다.
그마저도 시장 신뢰도를 잃을 수 있어 기업이 콜옵션을 미이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이화진/현대차증권 연구원: 결과적으로 과거에도 우리은행 후순위채 한번 그런 적이 있었고 흥국도 그랬지만 실질적으로 콜을 이행 안 한 적은 없어요. 안 하게 되면 자본시장 접근성이 굉장히 제한되기 때문에 거의 사실은 콜 리스크도 높지 않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4천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고 SK텔레콤과 신한라이프생명, 농협금융지주 등도 발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이 즐겨 찾았던 신종자본증권이 지난해 한차례 고비를 넘기고 다시 시장의 이목을 끄는 상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오민지입니다.
오민지 기자 om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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