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담봉과 옥순봉에서 새바위를 보다
[이보환 기자]
▲ 구담봉은 물위에 비친 바위 모습이 거북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
ⓒ 이보환 |
옥순봉(286m)은 충북 단양군 장회리 남한강 남쪽 강변에 있는 바위산이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와 경계를 이룬다. 이웃사촌 구담봉(330m)은 명승 제46호로 석벽 위의 바위가 물속에 비치면 거북이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흥미로운 전설도 많다. 퇴계 이황 선생과 두향의 애절한 로맨스가 전해진다. 단양에서는 매년 두향제를 연다. 토정 이지함의 형으로 조선 인종 때 백의 재상이라 불리던 이지번이 신선으로 불리게 된 사연도 있다.
그는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했다.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덩굴을 구담봉의 양쪽 봉우리에 매고 비학(飛鶴)을 타고 왕래하였단다. 당연히 사람들이 그를 신선이라 불렀을 것이다.
옥순봉과 구담봉은 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글감과 그림 소재가 됐다. 단양의 풍광에 매료되었던 퇴계 이외에도 이이, 김만중, 김정희 등의 시(詩)가 전해진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 이방운 등이 그린 구담봉의 모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오늘의 들머리는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관리하는 옥순봉 주차장. 주차료는 소형차 기준 주중 4천원, 주말과 성수기는 5천원이다.
맑고 푸른 하늘을 한번 보고 출발한다. 임도가 은근히 오르막이다. 좁지 않은 길인데 사람들로 북적인다. 귀동냥 해보니 단체 팀이다. 동호인들은 인근 제비봉을 시작으로 구담봉과 옥순봉까지 둘러볼 계획인 듯하다.
대장님의 진두지휘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지만 할 말은 다한다. "여기는 제비봉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충북에 있는 산이 이쁘더라", "안 왔으면 후회했겠다". 임도가 끝날 즈음 비닐하우스가 눈에 띈다. 신개념 주막이다. 막걸리와 어울리는 먹거리가 발길을 주춤하게 한다. 하산할 때 들러봐야겠다. 한눈 파느라 느려진 발걸음이 동호회에 휩싸여 속도를 낸다.
분명 예전 다녀간 길인데 처음인듯 낯설다. 긴가민가 하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주차장을 조성하고 연결된 길은 아마도 새로운 구간인 듯싶다. 그래도 빨간 흙길이 엉킨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준다. 흙을 밟으니 몸이 반응한다. '예전 그 편안함'이 다가온다. 지휘자없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숲속 음악회는 어느 산을 가든, 언제 들어봐도 명품이다. 산새들의 지저귐, 풀벌레 울음소리가 좋다. 나도 모르게 휘파람으로 박수를 대신한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봄볕이 빠르게 이동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른빛에 담긴 하늘이 우물처럼 깊다. 길옆을 장식하는 똑같은 모양의 잎들을 살펴보니 산딸기 같다. 신록이 절정을 이룰 때 빨갛게 익은 열매를 맛볼 수 있겠다.
편안한 흙길에 심박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등산화, 등산복 차림이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단위 탐방객이 많다. 어린 아이들이 숲과 어우러져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괜히 흡족하다. 흙냄새, 산바람, 새소리가 아이들에게는 영양제가 아닐까.
너른 평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한다. 옥순봉과 구담봉이 갈리는 삼거리 지점이다. 옥순봉까지 0.9㎞, 구담봉까지 0.6㎞ 남았다. 3거리에서 구담봉을 먼저 갔다오는 것을 추천한다. 옥순봉이 더 편안한 길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구담봉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바위산의 아찔함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산행 느낌이다. 하늘 바로 아래 아담한 봉우리는 소나무로 빼곡하다. 인근 강물과 조화를 이룬다. 바위틈을 의지해서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니 나라를 위해, 자식을 위해 모진 세월을 살아낸 선조들과 부모님이 생각난다. 바람을 타고 그리움이 찾아 온다.
바위에 뿌리 내린 소나무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생명체는 방문객의 길라잡이가 된다. 뿌리는 암벽을 타는 사람들의 계단으로, 가지는 손잡이가 되어준다.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맨들맨들하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를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자칫 발이 엉키거나 헛디디면 큰일이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양쪽으로 자리 잡고 서로를 기다려준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배려심이다.
암벽과 계단은 운동 효과를 배가시킨다. 틈틈이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한다. 자로 잰 듯 선명하게 깍아지른 석벽이 청풍호에 반사되며 더욱 푸르다. 제비봉과 금수산, 더 멀리는 월악산이 감싸고 있다. 물과 구름도 쉬어간다.
문자 그대로 기암절벽의 연속이다. 멀리서 뱃고동 소리,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손톱만한 유람선이 움직이자 잔잔한 청풍호가 넘실거린다. 이곳 청풍호에서는 선상 관광, 수상레저 체험이 가능하다.
구담봉 정상에 도착하자 맑고 시원한 느낌이 폭발한다. 상쾌한 기분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없다. 넓지 않은 정상이 인파로 붐비지 않도록, 지체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다.
옥순봉으로 향한다. 3거리로 돌아와서 옥순봉을 향해 왼쪽으로 내려간다. 짙어지는 녹음 사이로 붉은 흙길이 선명하다. 분명 정상을 향해가는데 계속 내리막이다. 옥순봉을 0.4㎞ 앞두고 이제 오르막이 시작된다. 울퉁불퉁한 바위길부터 매끄러운 암벽까지 매력이 넘친다.
▲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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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바위가 멀리서 보인다.가은산에서는 탐방로를 막아 접근할수 없지만 옥순봉에서는 멀지만 조망 가능하다 |
ⓒ 이보환 |
하산길은 옥순봉 출렁다리로 방향을 잡았다.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매년 이용객 수가 증가하는 옥순봉 출렁다리의 입장료는 3천 원인데 그중 2천 원은 제천 화폐로 돌려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천시의 관광 전략이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길이 222m, 너비 1.5m이다. 생태탐방 데크길과 야자매트가 연결되는 408m의 트래킹 코스까지 갖췄다.
물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럴까? 출렁다리를 건너는데 온몸이 일렁인다. 출렁다리 유리바닥은 청풍호 물살을 그대로 전해준다. 멀미가 살짝 나서 시선을 허공으로 보낸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이용객이 적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청풍호 바람을 마주하는 광장에는 여덟 개의 조각으로 제작한 김홍도의 옥순봉도가 있다. 실재하는 옥순봉이 그림과 나란히 서 있다.
마지막은 출입문까지 데크길이다. 매점, 커피숍, 농특산물 판매장 등 부대 시설이 다양하다. 제천에서 생산된 부각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환급받은 제천 화폐로 부각을 한 봉지 샀다. 짭쪼름한 부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운좋은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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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www.jdnews.kr)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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