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공룡 목표” KT·지니·ENA의 야심 [들어봤더니]
KT그룹이 미디어 분야 매출을 5조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성공을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에 안착한 KT그룹 미디어 부문은 앞으로 IP 사업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했다. 스튜디오 지니는 드라마 제작에 중점을 두고 외연 확장에 집중한다. ENA는 채널 사업 외 자체 콘텐츠 확장을 목표로 한다. 18일 서울 을지로6가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그랜드볼룸 라온홀에서 열린 KT그룹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강국현 KT 부문장과 김철연 스튜디오지니 대표, 윤용필 ENA 대표가 참석해 성과와 방향성을 공유했다.
“콘텐츠 매출만 5000억… 2년 뒤 매출 5조원 예상”
KT 미디어 부문은 ‘우영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송출을 맡은 신생 채널 ENA는 지난해 전 채널 통합 시청률 11위(닐슨코리아 집계)로 뛰어올랐다. 종전 순위 24위에서 13계단이나 올라섰다. 스튜디오 지니는 지난해에만 자체 콘텐츠를 10편가량 선보였다. 이들 성장세에 힘입어 KT 콘텐츠 분야 매출액은 지난해 5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 이를 포함한 KT그룹 전체 미디어 매출은 전년보다 9% 성장한 약 4조2000억원이다. 2025년까지 매출액을 5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강국현 부문장은 “현 추세로는 목표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콘텐츠에 핵심을 두고 핵심 IP를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콘텐츠 중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올해는 그룹 차원의 본격적인 성장 엔진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대작만 30편… 스펙트럼 더 넓히겠다”
스튜디오 지니는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판매 매출이 기대보다 빨리 늘어난 데다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결과다. 이들이 새로 내건 목표는 연평균 콘텐츠 30편 제작이다. 스튜디오 지니는 오는 31일 첫 방영을 앞둔 ENA ‘행복배틀’을 시작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줘’, ‘유괴의 날’, ‘마당이 있는 집’, ‘신병 시즌2’, ‘오! 영심이’, ‘남남’, ‘낮에 뜨는 달’, ‘악인전기’ 등 신작을 올해 하반기 공개한다. 김철연 대표는 “로맨스, 미스터리에 이어 액션,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스튜디오 지니는 해외 사업자와 공동제작을 늘리고 CJ ENM과 협업을 긴밀히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KT 산하 OTT 플랫폼인 시즌(seezn)이 티빙과 합병해 글로벌 대작을 공동 제작키로 합의한 상태다. 넷플릭스가 국내 투자를 늘리는 건 스튜디오 지니에겐 호재다. 김 대표는 “제작사 입장에서 투자 확대는 고무적”이라면서도 “글로벌 OTT와 지역 채널 판매 비중을 절반씩 나눠 시장 급변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포스트 ‘우영우’ 없다고? 작품마다 가능성 봐주길”
지난해 skyTV와 미디어 지니가 합병하며 탄생한 ENA는 ‘우영우’를 발판 삼아 입지를 굳혔다. ‘우영우’ 외에도 고정 시청층을 확보해 최고 시청률 4.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달성한 ‘나는 솔로’, 0.7%로 시작해 최근 시청률 1.7%를 돌파한 ‘지구마불 세계여행’, OTT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혜미리예채파’로 채널 인지도를 높였다. ENA가 내세운 정체성은 ‘이상한 즐거움’이다. 경쟁 사업자가 추구하지 않는 새 장르에 과감히 도전하는 전략을 세웠다. 남규홍, 김태호 PD 등 인기 창작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OTT와 공동제작을 추진해 글로벌 IP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스튜디오 지니의 신작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 외에도 자체 제작 예능 ‘강철부대3’,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 새 시즌, ‘아이엠 그라운드’를 연내 선뵌다.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을 만든 해외 제작사 오프 더 펜스와 협업해 30년 후 지구를 예측하는 다큐멘터리 ‘하늘에서 본 미래’ 역시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윤용필 대표는 “예능, 다큐멘터리를 아우르는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자로 역량을 쌓아 2025년 채널 가치를 1조원에 육박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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