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부천아트센터 개관…'콩쿠르 강국' 오명(?) 씻는 초석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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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9일 KBS 시사기획 창은 한국 클래식 음악을 조망했다.
지난해 5월부터 약 6개월간 권위 있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의 우승 낭보가 잇따르면서 소위 'K클래식'이라는 용어가 회자됐다.
하지만 콩쿠르 우승은 한국 특유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극복한 연주자 개인의 성취일 뿐, 이를 마치 한국 클래식 음악계 전체의 성과인 양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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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저변 넓히는 계기 되길
지난해 11월29일 KBS 시사기획 창은 한국 클래식 음악을 조망했다. 방송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2022년 6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2022년 5월), 첼리스트 최하영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2022년 6월), 피아니스트 이혁의 롱티보 콩쿠르 우승(2022년 11월) 장면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한국 클래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집약한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하지만 방송 제목은 역설적이다. ‘K클래식은 없다.’
지난해 5월부터 약 6개월간 권위 있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의 우승 낭보가 잇따르면서 소위 ‘K클래식’이라는 용어가 회자됐다. 한국이 클래식 강국임을 자부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콩쿠르 우승은 한국 특유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극복한 연주자 개인의 성취일 뿐, 이를 마치 한국 클래식 음악계 전체의 성과인 양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요컨대 한국은 콩쿠르 강국일 뿐 부족한 인프라와 저변을 고려했을 때 클래식 강국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19일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갖춘 부천아트센터의 공식 개관은 주목된다. 부천아트센터가 클래식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수준 높은 음향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파이프 오르간까지 갖췄다는 사실이 음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평도 나온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송재영 본부장은 5분가량 부천아트센터의 음향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음향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을 절묘하게 섞은 듯한 조화로운 소리가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준 높은 음향 시설을 갖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의 개관은 그 자체로 클래식 저변을 넓히는 요소가 된다. 상주 오케스트라로서 훌륭한 연습 공간을 확보한 부천 필하모닉의 향후 행보도 기대된다.
부천아트센터는 부천시가 1995년 첫 기본계획안을 마련해 28년간 공을 들인 성과물이다. 건설비 1148억원의 거의 전부인 1108억원을 시가 부담(도비 40억원)했다. 부천시가 클래식 음악에 쏟은 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부천아트센터 개관은 현재 추진되는 세종문화회관 클래식 전용 공연장 건립의 추동력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부터 여의도공원에 가칭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디자인 국제 공모를 신청받고 있다.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계기로 현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해 숙원 사업인 클래식 전용 공연장 건립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콩쿠르 강국은 한국 클래식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콩쿠르 외에는 내세울 게 마땅치 않다는 자조가 섞인, 그래서 오명 아닌 오명 같은 표현이 되고 말았다. 부천아트센터 개관이 그 오명을 씻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병희 문화스포츠 부장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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